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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란 부정사령관 대부분 '침묵'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에서 "계엄이 신속 해제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란죄 성립 자체를 부정해 탄핵 사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증인으로 채택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인했다. 자신들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향후 재판에서 명확하게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는 것은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아보면 투표함을 개함했을 때 여러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엉터리 투표지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좀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은 해 왔다. 이후 2023년 10월 국정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에 대해 점검 결과를 보고받는데 정말 많이 부실하고 엉터리였다"며 "그래서 제가 김 전 장관에게 '국정원이 다 보지 못했던 전산시스템이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가동되는지 스크린을 해라'라고 해서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실체 확인이 필요할 정도로 부정선거 의혹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부각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장관들한테는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고, 국회 해제 결의가 있으면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런 내용도 (계엄을) 해제하고 설명해야지, 국무위원들한테 계엄 전에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장관도 사령관들한테 '곧 해제될 계엄'이라는 이야기를 안 하고 각자 맡은 업무대로 하다 보니 저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어떤 조치를 준비했을 수는 있다"고 했다. 또 "실제 군인들이 가서 (중앙선관위) 서버 압수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제 지시는 가서 무슨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란 거였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도 압수한 게 전혀 없는 걸로 저는 보고 받았다. 그만큼 계엄이 신속 해제돼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란죄 입증의 핵심인 국회 봉쇄와 관련해서도 그는 "실제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다느니 받았다느니 등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4인1조로 해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국회) 안에 수천명의 민간인들이 경내에 있었던 걸로 보여지고, 또 의사당 본관에도 수백명이 있었을 것"이라며 "(군인들에게) 본관에 위치해서 질서 유지하라는, 특전사 요원들이 불 꺼진 쪽 유리창 깨고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나오는 그런 상황에서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라고 덧붙였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 병력을 투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꽃'도 제가 가지 말라고, 아마 자기들 계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제가 하지 말라고 해서 가다가 거긴 중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은 대다수의 증인신문에 '형사소송과 관련 있다' '형사재판에서 다툴 내용'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 가장 먼저 증인신문에 나선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형사소송과 관련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계엄 당일 대통령으로부터 3차례 전화가 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말만 남겼다.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만약에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면 그건 충격적인 지시라서 기억이 안 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물었으나, 이 전 사령관은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는데, 여기서 말하지는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도 '정치인 체포 명단을 김 전 장관에게 들었느냐'는 질문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국회, 선관위로 병력을 출동시킨 사실은 인정했다. 병력 출동 명령에 대해서는 "김 (당시)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한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38분께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부터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여 전 사령관은 "증거 기록을 보면 변호사(국회 측)가 이야기한 이런 진술과 전혀 반대되는 진술도 정말 많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관련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김 전 장관에게 여러차례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 선포 후 상관 명령에 따라 병력을 출동시켰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김 전 장관과 대화에서) 언성이 올라간 건 사실이다. 이유는 장관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소신을 말씀드리면서 언성이 올라간 것"이라며 "(식탁을 내리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3성 장군이 장관에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만이 이날 증인 중 유일하게 대부분 신문에 답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방첩사 지원해라.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청구인(국회) 측은 홍 전 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 지원해'라는 지시를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적 있냐고 질의했고, 그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홍 전 차장은 직접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했으며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막 쓴 메모를 보고 보좌관이 옮겨 적었다. 흘려 쓴 것은 당시 사령관이 저한테 얘기한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추가로 위에 덧붙인 것"이라며 "그때 밤에 서서 막 메모하는 데 14명이든 16명이든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 적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뒤에 있는 부분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조 명단을 보고선 "뭔가 잘못됐구나" 생각했다며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하고 구금해서 감금, 조사하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인(국회) 측은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종료 후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증인들의 증언 거부는 아쉽지만, 수사기록들이 다 증거로 채택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청구인 측 판단이다. 또 대통령이 직접 선관위 투입을 지시했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그것만으로도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헌법기관 침해"라고 지적했다.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은 '결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피해가 생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피청구인 측은 "국헌문란 질서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밖에 남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에 대해 피청구인 측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추적은 물론 (정치인을) 검거할 요원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피청구인 측이 신청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신문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피청구인 측은 증인을 31명이 넘게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8명이 채택됐다. 헌재가 채택한 증인은 김 전 청장을 비롯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 전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은 오는 6일 오전 10시에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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