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발끈…"청탁과 구걸"(종합)
16일 박명호 외무성 중국담당 부상 담화
북한 대외 입장문서 '조한관계' 표현 첫 등장
외교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일축
[베이징=뉴시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2024.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6일 북한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진행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두고 "청탁과 구걸"이라고 비하했다. 우리 정부는 "일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의 박명호 중국담당 부상(차관)은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대한민국 외교가 얻을 것이란 수치와 파멸뿐이다' 제목의 담화를 공개했다.
조 장관은 13~14일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 반 만에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박 부상은 조 장관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데 대해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장관이 "한국은 제로섬 게임에 찬성하지 않고, 각국 관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며 "한중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함께 열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힐난했다.
박 부상은 "미국이라는 전쟁마부가 미친듯이 몰아대는 '신랭전' 마차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처지에 과연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여내릴 용기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 외교관들이 20세기 케케묵은 정객들의 외교방식인 청탁과 구걸외교로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조선반도 정세악화의 근원과 병집은 다름 아닌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대한민국에게 있다"며 "한국이 아무리 흑백을 전도하며 잔머리를 굴리고 말 재간을 피워 피해자 흉내를 낸다고 하여 이제 더는 그에 얼려넘어갈 사람이 없으며 조한관계는 되돌려 세울 수 없게 되여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풍전촉화의 운명에 처한 '윤석열'호 난파선이 수장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 탓으로 돌리면서 중국의 한중관계 개선 시도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이 주어져도 '주권적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건 중국이 한반도 정세 관리에 나서도 북한이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중국이 한국의 대중 논리에 호도되지 않도록 중국을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담화에선 북한이 대외 입장문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통상 쓰던 '북남관계' 등 표현 대신 '조한관계'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방침 폐기를 공언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국과 양자관계를 지칭할 때 '조미(북미)', '조중(북중)' 등 표현을 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매체가 '조한관계'를 사용한 건 2018년 2월6일 통신이 보도한 ''올림픽 이후'에 드리운 미국의 검은 그림자' 제목의 논평에서 외신을 인용하며 '조한관계'라고 명시한 게 유일하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우리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계속 중국 측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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