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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5일에 1번꼴로 불나는데
안전불감증 여전한 대학들

전국의 대학교에서 화재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총 210건의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재산피해 역시 한 해에만 수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방화문 고정, 피난로 미확보 등 화재예방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경우 기숙사와 실험실 등 취약시설이 많은 만큼 안전불감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 미술 실습이 이뤄지는 이곳에선 학생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언가 갈아내는 쇳소리가 들리고 분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지만 대비는 부족해 보였다. 10층짜리 건물의 유일한 비상계단은 각 층의 방화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계단 한편엔 학생들이 실습에 사용하고 남은 각종 자재와 가구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학생들은 짐을 피해 난간에 바짝 붙어 움직이거나 앞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잠시 머뭇거렸다. 계단 곳곳에는 '비상계단은 화재나 천재지변 발생 시 대피하는 통로로 대피에 지장을 주는 적치물을 두면 안됩니다' '물품 적치 시 통보없이 폐기하겠습니다' 등의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소용 없었다. 이 학교 4학년 A씨는 "학교에서 짐을 치우라고 한 적도 있는 것 같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공학 수업이 한창인 인근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업에 사용된 자동차 모형과 청소도구가 소화전을 가로막고 있었다. 소화전 바로 앞에는 '화기주의'라고 적힌 실험실이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대학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문한 세 곳의 건물 중 두 곳의 방화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공학 연구가 이뤄지는 한 건물은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의 방화문이 모두 열려있었다. 이곳에는 에너지, 전기, 터빈 등을 다루는 연구실만 50여곳 넘게 입주해 있었다. 이 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방화문이 평소에도 항상 열려있어 닫혀있어야 하는 건지 몰랐다"며 "성인지 교육은 받았어도 화재 관련 교육은 따로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복도에 짐을 쌓아둬 통행을 방해하거나, 소화전 앞에 현수막 거치대를 둬 시야를 가리는 사례도 있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 3년간 전국의 대학교에서 총 210건의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닷새에 한 번꼴로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한 해에만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총 5억3130만원에 달했다. 특히 대학교의 화재 발생 건수는 다른 학교에 비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험, 연구 과정에서 위험물질을 다루는 대학의 경우 더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실험실을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화학물질이나 폐기물, 화기 등 위험 요소가 많다"며 "요식행위가 아닌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피난로를 막거나 소화전 앞에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건 불감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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