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中 '우한 연구소 유래설' 싸움에 갈팡질팡
"EU, 코로나19 '원인' 아닌 '교훈' 집중"
美향해 "지금은 비방 게임할 때 아냐"
[브뤼셀=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래설을 놓고 설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EU 외무장관 회의서 발언 중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모습. 2020.5.7.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래설을 놓고 설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은 EU가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을 방안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호주 등과 손을 잡고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어디인가를 포함해 코로나19 초기 중국의 잘못된 대처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추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번 국제 조사에 대한 EU의 지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진 EU는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이 아닌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에 집중하자는 어중간한 타협점을 내놓은 셈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달 18일 예정된 WHO 화상회의에서 "EU는 다음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 질병의 원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익히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가 이같은 안건을 내놓는 이유는 "이번이 마지막 전염병이 아닐 것이며, 우리는 이번 사태로 교훈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렐 대표는 미국이 주장하는 '우한 연구실 유래설'에 대해 자신은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대통령이 누군가를 상대로 이렇게 강력한 주장을 할 때는 내가 보지 못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난 게임을 하거나 상호 비방을 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바이러스를 '중국인'이라고 부르거나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하는 표현을 듣는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는 "중국, 미국, 유럽 간의 매우 강력한 조율된 행동 없이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갈등을 피했다.
그는 또 "많은 생명을 위태롭게 한 위험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U의 의료용품이 중국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렐 대표는 "유럽이 해열·진통제를 단 1g도 생산하지 못하고, 항생제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며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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