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미국의 러시아 침공 경고 따랐으면 이미 졌을지도"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크라 상대로 복합전쟁 벌여
정부가 전쟁 대비 독려하는 순간 매달 70억 달러 빠져나가고
침공에 맞서 싸울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2.08.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맹국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마지막 순간까지 납득시키지 못한 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기사를 실으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인터뷰해 당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질문: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지난 1월 키이우에서 말한 내용중에 러시아가 호스토멜 공항부터 점령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2월24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생각했나. 그곳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했어야 하지 않았나?
답: 그보다 6개월 전부터, 아니 그보다 더 전부터, 벨라루스 등지에 군대가 집결했다. 우호국들 모두에 러시아군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호소했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었다. 주요 인프라스트럭처를 폭격하고 점령하는 훈련이었다. 그들은 보리스필 공항 등을 점령하는 훈련을 계속했다. 그 작전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는 모른다.
러시아군은 지도를 사용했고 점령 방법은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경로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들이 달리 훈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번스 국장이 말한 모든 것을 공개할 순 없지만 주로 내 생명애 대한 위협을 거론했다. 그건 처음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같은 말들을 들었다. 우리 정보국과 해외 동료들로부터.
전면 침공이 시작된 순간부터 우리 경제가 매달 50억달러에서 70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임금만 그렇다. 우호국들이 지원하는 돈은 군인들 봉급을 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점은 전세계적 모순이다. 돈이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그런데도 군인 봉급을 주지 못한다. 폭발과 포격과 동시에 난 큰 문제에 봉착했다. 싸우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에게 줄 돈이 없다. 정말 절망적이다. 이유를 대고 경고하고 약속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나에게는 저들이 우리 땅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해야할 책무가 있고 죽는 사람들 봉급을 줘야한다. 정말 말 그대로다. 조금도 과장이 없다. 이 일을 매달 해야한다.
특정 파트너들로부터 경고를 받을 때마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기가 없으면 우리는 싸울 수 없다. 우리는 분명 맞서 싸울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말을 이어가질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년 동안 대화를 거부해왔다. 러시아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정말 난센스다. 이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기이며 당신이 할 수만 있다면 푸틴을 끌어다가 나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혀달라. 이 점을 특히 강조해왔다. 침공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준비하라고 하고 돈을 저축하고 음식을 비축해야 하도록 해야했다"고 내게 말하면 안된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라고 했던 사람들 말대로 우리가 그렇게 했으면 지난 10월부터 매달 70억달러의 피해를 보게 되고 러시아는 침공한 뒤 3일만에 우리를 패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 생각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생각이 옳았다. 침공 전 혼란이 발생했다면 러시아가 우리를 삼켰을 것이다. 혼란 때문에 사람들이 탈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침공 뒤 입증됐다. 우리는 강력히 버텼다. 일부 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남아서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 냉소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이들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하늘이 도와준 덕분에 피했지만 10월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 100% 확실하다. 과거의 우리는 잊어 달라. 매달 50억달러에서 70억달러가 없었다면 국내에서 정치 전쟁이 벌어졌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재정 대책이 없다. 러시아 때문에 시장에 에너지 부족이 심하다. 국내 에너지 생산은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국적으로 혼란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혼란을 통제할 수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금은 군대의 시간이다. 나라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국경을 열거나 닫고 공격하고 후퇴하고 방어해야 한다. 인프라스트럭쳐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군사 상황이 없고 비상시가 아니라면 수많은 당국자들과 기관들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매달 70억달러가 없으면 무기도 부족한데 그 자체가 큰 전쟁이 됐을 것이다.
질문: 그래서 본인도 침공이 임박했다고 생각한 것인가?
답: 지금 벌어지는 일을 누가 알 수 있었나. 사람들을 고문하는데 그게 그들의 목적이라고 말이다. 아무도 전쟁이 이런 식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무도 몰랐다. 지금와서 모두 우리가 경고했다고 말하지만 두루뭉스리하게 경고했을 뿐이다.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는지 등 구체적 정보를 달라고 하면 우리가 가진 정보 이상으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좋다.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면 큰 전투가 벌어질 텐데 그들을 막을 무기를 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우리는 받지 못했다. 그런데 왜 경고를 하는가? 내가 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려야 하는가? 지난 2월부터 아니 1월부터 언론에 많은 것들이 보도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해외로 보내는 돈이 외국에서 지원받는 돈보다 많아졌다. 남사스럼지만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인출됐고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출한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유럽에서 쓰고 있다.
이번 전쟁이 복합전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에너지 공격과 정치적 공격도 있었고 사람들을 부추겨 내부에서 정권을 교체하려 했다. 지난 가을 세번째로 금전적 공격이 있었다. 우리 화폐 환율을 전시 환율로 만들어 우리가 휘발유를 사지 못하도록 했다. 그들이 이 모든 일을 벌였다. 연료도 없고 휘발유도 없었다. 겨울 난방을 준비하지 못하게 만들어 혼란이 일어나도록 유도했다. 사람들은 화폐 평가절하에 대비해 돈을 인출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저들이 이런 일을 벌여서 우리의 나라 기능이 멈췄다면 침공할 때 우리 나라는 이미 누더기 나라가 됐을 것이다. 저들이 그런 생각이었다. 우린 당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앞날을 생각해 옳고 그른 일을 판단하도록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국가안보 및 국방위원회 등등에서 매일 이 문제를 논의했었다. 러시아가 우리가 순순히 항복하도록 만들려 한다고 생각했다.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질문: 패닉을 막고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걱정을 잘 알겠지만 이제와서 "가족들을 대피시켜야 했다거나 더 잘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말하겠나.
답: 12월,1월, 2월 내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돈을 인출했다. 엄격히 통제할 수도 있었지만 중앙은행이든 누구든 사람들이 자기 돈을 쓰는 걸 못하도록 하는 걸 막았다. 이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자유를 누린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러시아가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민 것과 정보국이 "가족들을 피신시키라"고 보고해온 내용들을 공개하지 않은 건 유감이다. 그들에게 "내 가족부터 피신시키면서, 뒤로는 딴 짓을 하면서, 사람들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나? 난 그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나라를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모두 함께 남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질문: 미국이 전면 침공이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면 2월24일 이전에 나라를 지킬 만큼의 무기를 지원했을 것으로 보나?
답: 지금 나는 미국이 지원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소련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무기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NATO 무기를 가져본 적이 없다. 2014년 이후 가진 최소한의 무기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널리 알려진 HIMARS(고기동다연장로켓)나, 155mm 대포처럼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탱크나 전투기는 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 무기는 한 대도 없고 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우리가 사들인 무기는 군사용 드론이 바이락타르 등 뿐이다. 미안하지만 드론으로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전면 침공이 있은 뒤 지금까지 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늘이 막혔다면 이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금지구역 대신 전투기 몇 대를 달라고도 했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도 부족함도 없다. 비행기가 필요한 모든 지역에 필요한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행금지구역은 설정된 적이 없다. 지금도 전쟁 전부터, 2014년부터 말해온 것이지만 전쟁이 일어난 지금도 하늘을 봉쇄해 안전을 확보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건 말이 안된다.
질문: 미국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고 있었다면 2월24일 전에 왜 무기를 지원받지 못했는 지를 설명해줬나?
답: 불만은 없다. 다만 누군가가 "우리가 신호를 했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런 말 외에는 불만이 없다. 누군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말하면 "무기를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그 뒤 강력한 무기를 지원받은 뒤에도 말했다. "우리 나라는 절대 도망치지 않는다. 우린 싸울 것이다. 무기를 달라"고.
모두가 전쟁을 싫어한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정말이다. 아무도 러시아와 전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두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길 원하지만 러시아와 전쟁을 치를 생각은 없다. 그게 전부다. 모든 게 이 때문이다. 우리가 강해지기로 마음먹어야 했던 이유다. 아무도 러시아와 전쟁할 생각이 없다면, 모두가 겁을 낸다면 미안하지만 잘하든 못하든 우리가 어떻게 전쟁을 치를지를 정해야만 한다. 전쟁은 더 계속될 것이고 유럽까지 퍼질 것이다. 우리가 당신들을 지키고 있기도 하니까 우리에게 무기를 달라. 그러자 무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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