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과 함께 부서진 아프간 소녀 우주비행사의 꿈
아프간 소녀 이탈리아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
2014년 이후, 지중해서 2만명 넘는 이주민 사망
[쿠트로=AP/뉴시스] 영국 BBC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했던 아프가니스탄 소녀 마에다 후사이니(17)가 이주 중에 보트 침몰로 사망한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남부 쿠트로 인근 해변에 밀려온 전복된 보트 잔해의 일부 모습. 2023.03.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차종관 인턴 기자 =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아프가니스칸 소녀가 이탈리아 해안에서 3주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했던 마에다 후사이니(17)가 이주 중에 사망한 소식을 전했다.
후사이니는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고 가족이 이란으로 피난을 떠났을 때에도 우주비행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육로를 통해 터키로 건너간 뒤,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 학업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7개월 전 이란에서 터키로 건너가던 중 국경 수비대에 의해 다리에 총을 맞았다. 의사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추방당할까 두려워 10일 동안 다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지냈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차례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조리 실패였다.
후사이니는 지난달 22일 터키에서 유럽행 배를 타는 데 성공한다. 항해에는 나흘이 족히 걸렸다. 하선 직전, 그는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엄마, 이탈리아에 거의 다 왔어요, 행복하고 건강하게 곧 내릴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곧 이탈리아 남부 해안 크로토네 앞바다에서 이주민으로 가득 찬 배가 거친 파도에 부서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배에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200여 명 중 최소 86명이 사망했다. 후사이니의 시신은 3주 후에야 발견됐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아프가니스탄인은 유럽연합(EU), 스위스, 노르웨이의 전체 망명 신청자 중 13%를 차지한다. 터키는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주요 경유지다. 이들은 발칸 반도를 거쳐 올라가거나 후사이니처럼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한다.
결과는 참혹하다. 모니터링 단체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지중해 중부 해상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후사이니가 탑승한 배의 선장으로 추정되는 터키인 1명과 파키스탄인 2명 등 3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승객 한 명당 8500달러(약 1100만원)를 지불하고 배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어머니는 후사이니가 "저는 큰 꿈이 있어요.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에 불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가 성공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해요"라며 자신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사이니는 영원히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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