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쫓겨난 아프간 여성…탈레반은 유학길마저 막았다
아프가니스탄, 여학생 학업 목적 출국 금지 조치 내려
국내 대학 이어 외국 유학까지 막혀…희망·권리 박탈당해
장학금 수여자 "이슬람 남성과 여성은 모두 평등" 주장
[카불=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면서 해외 유학에 눈 돌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유학을 위한 출국 또한 막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보도했다. 사진은 아프리카에서 운영되고 있는 비정규 과정인 지하 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후 귀가하는 40대 여성. 2023.08.29.
안전을 위해 낫카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한 아프가니스탄 여학생은 탈레반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여성들을 가혹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학업 목적 출국을 금지한 탈레반
그러던 중 아랍에미리트(UAE)의 억만장자 사업가 셰이크 칼라프 아마드 알 합투르(Sheikh Khalaf Ahmad Al Habtoor)로부터 두바이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을 받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위한 장학금은 탈레반이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한 이후인 2022년 12월에 발표됐다.
BBC는 총 100명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이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일부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은 이미 두바이로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장학금을 받은 낫카이는 지난 8월23일 유학을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으나 그의 꿈은 금방 좌절됐다.
낫카이는 탈레반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그의 항공권과 학생 비자를 본 후 "여학생은 학생 비자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격 조건 갖춰도 출국할 수 없어
BBC가 본 사진에는 검은 히잡이나 머리 스카프를 쓴 어린 여학생들이 충격을 받아 황폐한 모습으로 수화물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탈레반은 현재 여성의 단독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여행을 위해선 남편이나 형제, 삼촌, 아버지 등 친족 남성을 동반해야 함께 해외로 나가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조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친족 남성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세 명의 소녀들이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탈레반 권선징악부 관료들은 그들은 비행기에서 전부 내리게 했다.
샴스 아마드라고 불리는 한 청년은 학업을 위해 출국하려던 여자 형제와 함께 공항에 가서 겪었던 당시의 고통을 설명했다.
그는 "대학이 문을 닫은 후 여동생이 받은 장학금은 새로운 희망이었다"며 "내 여동생은 희망을 품고 집을 나섰다가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내 여동생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성의 공부할 권리 주장하는 알 합두르와 인권단체
알 합투르는 X에 영어로 말한 동영상 메시지를 게시했다. 이 메시지에서 합투르는 "이슬람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며 탈레반 정권을 비판했다.
해당 영상에는 공항에서 출국 금지된 한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영어로 남긴 음성 메시지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지금 공항에 있지만 불행히도 탈레반 정부는 두바이로 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탈레반의 행보는 인권 단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는 "이미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고 외국으로 유학마저도 막는 건 잔인함 수준을 넘어 너무나도 놀라운 조치다"며 "남을 돕는 것마저도 막는 건 죄수 취급이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어떠한 성명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권선징악부 대변인 모하마드 사디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고위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도 여행 중이라 정보가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