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종섭 논란은 현상, 본질은 미완의 공수처법
[서울=뉴시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 관한 한 법조인의 진단이다.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상황을 다시 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배경엔 미완성 상태인 법이 있다.
이 대사 논란의 한 축은 '소환 지연'이다. 고발장은 6개월 전에 접수하고, 왜 수사를 안 했느냐는 비판이다. 법조계는 평검사 4명과 부장검사 1명으로 이루어진 인적 구성(수사4부)을 보라고 한다. 이 부서가 지난해 12월까지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도 수사했다. 인력난이다.
수사 1~3부도 평검사 2~4명에 부장검사 1명씩이다. 추가로 투입하고 싶어도 검사가 없다고 한다. 특수 사건을 맡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부장검사 포함 12명이다. 반부패수사 2~3부도 있다. 공수처는 검사의 수가 턱없이 적다.
이 대사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지만, 이를 책임질 처장이 공석이다. '대행'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국회가 추천한 후보(2인) 인사 검증을 하고 있지만, '지명 기한'을 공수처법에 명시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진욱 전 처장은 최종 후보 선정 이틀 만에 지명됐다.
수사 결과를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여당 측 위원 추천' 후보 2인이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르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공정성을 의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고발장을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도 냈다.
여당 측 후보만 선정될 수 있는 구조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었다.
민주당 주도로 공수처법이 개정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7명) 의결 정족수가 6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당연직인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에다 여당몫 추천위원 2명이 찬성하면 의결 정족수 5명을 채울 수 있다.
야당 측 위원 2명이 반대해도 후보 추천이 가능해진 것이다. 2020년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후보 추천에 제동을 걸자 이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민주당의 비토권이 상실된 것이다.
공수처의 문제점은 국회가 외면한 현실이다. 공수처는 인력 증원을 요청했고,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수처 탄생에 일조한 민주당은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학계에서도 공수처의 존속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인다. 한 교수는 "이런 공수처가 정말 필요한가"라고 했다.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 근거와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
공수처법 제정 이유의 일부다. 총선이 불과 14일 남았다. 22대 국회는 공수처의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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