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등장한 EPL 입석 '세이프 스탠딩' 자리잡나
힐스버러 참사로 1994년부터 금지하다가 27년만에 부활
맨유·맨시티·토트넘·카디프 시티 등도 시범 운영 검토
[런던=AP/뉴시스] 관중들이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설치된 '세이프 스탠딩'에 자리하고 있다. 3일(한국시간) 벌어진 첼시와 리버풀의 EPL 경기에서 27년만에 처음으로 입석제도가 부활했다. 2022.01.03.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3일(한국시간) 열린 첼시와 리버풀의 2021~22 EPL 맞대결에서는 기존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등장했다. 경기를 서서 볼 수 있는 '세이프 스탠딩' 제도가 시범 운영된 것이다.
현재 K리그를 비롯해 적지 않은 리그들은 관중들이 서서 보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EPL과 리그 챔피언십만큼은 모든 관중석을 좌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유는 지난 1989년 4월 힐스버러 참사에 대한 끔찍한 악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힐스버러 참사는 셰필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 당시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당시 경기장 측 실수로 1600여석 규모의 입석 관중석에 3000여명이 입장하면서 과밀 상태가 됐고 결국 보호철망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97명이 숨지는 등 9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1994년 EPL과 리그 챔피언십 등 관중들이 대규모로 몰릴 수 있는 경기를 대상으로 모든 관중석이 반드시 좌석이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만들었다. 지난 2001년 풀럼이 EPL로 승격됐을 때 잠깐 테라스석을 운영하긴 했지만 입석 제도는 27년 동안 금지됐다.
그러나 EPL 클럽을 중심으로 입석 제도 부활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첼시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 1만2000개 이상의 '세이프 스탠딩'이 설치됐다.
공교롭게도 힐스버러 참사에서 가장 큰 피해자였던 리버풀과 경기에서 시범 운영이 이뤄졌다. 세이프 스탠딩은 관중들에게 서서 보거나 앉아서도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좌석 열 사이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이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핫스퍼를 비롯해 리그 챔피언십 카디프 시티도 세이프 스탠딩을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세이프 스탠딩을 시범 운영하는 팀들은 CCTV 사용 강화와 안내원 교육 개선, 지정된 공간에 대한 팬 제한 등 엄격한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힐스버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리버풀과 에버튼 등은 세이프 스탠딩에 아직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BBC는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힐스버러 참사 당시 18세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은 "경기를 서서 보는 것에 대한 여론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서서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1970, 80년대 팬들과 달리 지금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팬 수준들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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