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소설]박정선 '유산'·무라타 사야카 '멀리 갈 수 있는 배'
◇유산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정선의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와 이후의 시대에도 계속되는 역사와 삶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친일파의 후손인 '이함'은 자기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고 가문의 친일과 잔재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 민족의 수난사, 윤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현실적 문제와 공포, 역사의 줄기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등 친일 청산을 둘러싼 문제들을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박 작가는 "날개가 작가적 소명을 몹시도 채근했다"고 표현했다. 좌우 날개를 펼쳐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이데올로기 잔재로 인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염원을 두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302쪽, 1만5000원, 산지니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집이다. '리호. 1' '치카코. 1' '리호. 2' 등 6편이 실렸다. 무라타가 줄곧 느낀 '살기 어려운 삶'에서 이야기가 비롯됐다. 많은 사람이 사소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싫은 감정이나 위화감이 있었고, 특히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괴로움을 느꼈다. 이에 관해 마음껏 써보고자 탄생시킨 것이 주인공 리호다. 사회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강요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구나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치카코는 무라타를 변화시켜 만든 인물이다. "구상 단계부터 치카코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리호만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잘 풀리지 않자 다른 시점으로 넣어봤다"고 소개했다. 소설의 주 무대인 독서실은 방주로 비유된다. 리호에게 독서실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구원할 무언가, 정확히는 자신이 어느 쪽인지 정의해줄 수 있는 구원자의 배, 또는 암수 어느 쪽도 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진 자신을 태운 방주다. 김윤희 옮김, 256쪽, 1만3000원,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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