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복현…"겸손하고 열정 넘친다" 평가 속 신중론도
역대 최초 검사 출신 금감원장 이복현, 오는 14일 취임 100일
은행 '이자장사'에 옐로카드 압박…금융범죄 척결도 드라이브
관치금융과 금융 사정 정국 우려 속 취약차주 지원 행보는 호평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9.06. [email protected]
취임 이후 줄곧 금융 취약층 지원을 강조하며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행보로 '민생형 금감원장'에 대한 이미지를 심었다. 다만 '칼잡이'식 금융회사 검사와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는 공존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7일 취임한 이 원장은 첫 한 달여간 시중은행·금융투자·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금융업계 수장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라고는 해도 검사 출신으로서 복잡한 금융현안 이해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금감원장들에 비해 업계와의 스킨십 행보를 빠르게 마무리하면서 이 원장은 금융업권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보여주면서 빠르게 업무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금융회사 CEO는 "실제로 대면해 보니 부정적인 검사 이미지와는 다르게 겸손하고 열정이 넘쳤다"며 "업계 의견에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지난 6월20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익 추구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고 이는 이른바 '이자 장사' 압박이란 해석을 낳았다.
당시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바로 '관치금융' 우려로 이어졌다. 시장 자율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첫 금감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시장 가격에 해당하는 금리산정에 제동을 걸면서다.
이 원장의 옐로카드에 은행들은 납작 엎드렸다.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올렸다.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자 이 원장은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에 건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후에도 각 업권에 재무 건전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 고강도 주문을 쏟아냈다.
이같은 검찰 출신 특유의 강경 기조는 금감원의 감독방향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이 원장 취임 후 금감원은 전 업권별 금융·증권범죄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작업대출·보험사기 등 민생에 밀접하게 연결된 금융사기부터 무차입 공매도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거래까지 정부의 '경제사범 뿌리뽑기'에 대한 후방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건, 가상화폐 환치기로 의심되는 2조원대 불법 외환거래 등 잇딴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고강도 검사에 착수하고 엄정 대응을 천명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열린 구세군·금융권 2022 아름다운 추석나눔 행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구세군 한국군국 장만희 사령관, 금융권 대표들과 함께 송편을 구입하고 있다. 2022.09.08. [email protected]
역대 가장 젊은 금감원장답게 이 원장은 금감원이 금요일마다 자율복장으로 출근하는 '캐쥬얼데이'에 맞춰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직원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빅테크·핀테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도 업권 분위기에 맞게 피케셔츠에 면바지 차림을 선보였다.
이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민·취약계층 보호도 금융권에 당부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긴급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임원들에게 "서민·취약계층이 금리상승,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과도한 상환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모색해달라"고 주문한 이 원장은 같은 달 14일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방문해 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과 새희망홀씨대출을 받기 위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을 창구에서 직접 상담하기도 했다.
또 다음날에는 외국계 금융회사 CEO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취약 차주 지원 대책과 관련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지적에 대해 "도덕적 해이 측면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취약 차주 지원이 우리 정부 기조와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극 옹호에 나섰다.
이 원장은 최근까지도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국민민은행의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KB 소호 멘토링스쿨' 현장을 찾아 청년 자영업자 및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만난 데 이어 6일에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한 샌드위치 전문점을 찾아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에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금융권과 공동으로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구매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나눔행사도 가졌다.
이 원장은 이같은 현장 일정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만료를 앞두고 금융권이 자율적 상생 노력을 통해 취약차주의 연착륙을 유도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원장의 민생 행보가 금융권 관리·감독이라는 본연의 임무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약차주 지원을 비롯한 금융정책 마련이 주업무인 금융위원회와의 불편한 동거를 우려하는 시각부터 '윤석열 사단' 막내인 이 원장이 향후 자신의 진로를 놓고 모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