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기에 배수시설까지?…동궁서 드러난 신라의 화장실
[서울=뉴시스] 경주 동궁의 변기형 석조물.(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북동편 '가'지구의 발굴조사 성과를 담은 '경주 동궁과 월지 Ⅲ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같은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삼국사기에는 674년(문무왕 14년) 2월 왕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다고 하며 679년(문무왕 19년) 8월에는 동궁을 지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또 동궁 소속 관청 가운데 월지(月池)라는 명칭이 들어간 관청이 있어 동궁과 연못(월지)이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가운데 북동쪽의 유적 발굴에 나서 일부 구간에 대한 조사성과를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공개한 바 있으며 이번 보고서에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 중 '가'지구에 대한 연구 내용을 담았다.
[서울=뉴시스] 경주 동궁과 월지 수세식 화장실 유구 전경.(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보고서에는 담장으로 나눠진 공간들과 그 공간 안의 건축유구의 구조와 배치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주로 담겼다. 크고 작은 건물지 40동과 담장, 우물, 배수로 등 조사과정에서 확인한 각종 생활시설, 기와와 벽돌, 토기와 도기, 금속유물 등 591점의 선별된 유물이 수록됐다.
특히 조사구역 남쪽에서 확인된 29호 건물지의 경우 오물의 배출시설까지 갖춘 복합형 수세식 화장실로 추정돼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서울=뉴시스] 경주 동궁과 월지 전경.(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이 같은 흔적은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과도 형태가 비슷해 고대 화장실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는 게 연구소의 평가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유구·유물들을 대상으로 동궁과 그 주변 건물지에 대한 구조나 규모, 고환경 등을 유추한 결과를 담았다. 고인골(古人骨)의 DNA 조사와 분자유전학적 분석 결과 등을 통해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벼, 보리, 콩 등의 작물과 함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 개, 사슴 등을 섭취했던 점 등을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경주 동궁과 월지서 출토된 고인골.(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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