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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첫 박물관, 사반세기 만에 사라진다...폐관 절차

등록 2020.06.02 1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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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박물관, 1995년 개관 후 지역사 규명 앞장

울산박물관 등 개관하면서 역할 미미

소장 유물, 김해·울산 등지 박물관으로 이관

시민단체·전공학도 "박물관 존치 대안 찾아야"


울산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장

울산대학교 박물관 상설전시장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울산의 1호 박물관이자 지역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로 지역 역사문화 규명에 앞장선 울산대학교 박물관이 개관 25년 만에 폐관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역사문화단체와 전공학도 등이 우려를 표하는 반면, 대학 측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2일 울산대에 따르면 울산대학교 박물관은 지난해 11월 대학본부 기획위원회가 더 이상 존속이 힘들다는 결정을 내리고, 최고 의결기구인 교무위원회에서 폐관을 확정했다.

울산대 박물관은 울산지역 문화재관련 연구기관으로, 1995년 12월 개관했다. 울산 9개 등록박물관 중 제1호다. 2011년 울산박물관 개관 전까지 사실상 지역 대표 역사박물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울산대 박물관은 Ⅰ·Ⅱ 상설전시장, 수장고, 연구실을 두고 있다. 주로 선사시대와 매장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지표·발굴조사 지정기관으로서 매장문화재의 조사와 보고뿐 아니라 발굴유물·기증품 등을 보여주는 상설전을 운영해 왔다.

울산대박물관은 개관 후 울산 반구대암각화, 달천유적, 연암동 유적 등 청동기 시대 유적부터 경주 봉길고분군, 조일리 고분군 등 삼한시대 유적 등 다양한 유적 발굴 조사에 참여하는 등 지난 25년 간 발굴 성과물과 울산의 대외교류 및 지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하고 지역민과 공유했다.

한때는 대학 신입생 전원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울산시로부터 울산역사문화대전 구축사업을 의뢰받아 울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 발전상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록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검색,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드는 사업에도 참여했다.
울산대학교 박물관

울산대학교 박물관


 폐관은 상당부분 이뤄졌다. 관장직은 그 동안 박물관 개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 대학 역사문화학과 교수들이 돌아가며 겸직해 왔지만, 후임 관장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없다. 

또 실무인력으로 활동해 온 2명의 연구원 중 실장급에 해당하는 학예사는 최근 박물관이 아닌 인문대학 교학행정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박물관이 보관관리해 온 5300여 유물 중 3000여점이 경주박물관과 부산박물관 등으로 이관됐고, 남은 2300여점은 국립김해박물관 등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장고에는 76점의 기증 고문서와 1980∼1990년대 반구대암각화 탁본자료, 기모노 등 일본민속유물 등도 보관돼 있다. 이 유물들의 이관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관은 2018년 대학본부 감사 과정에서 공식화했다. 감사에서 박물관의 기능이나 역할이 25년 전 개관 당시에 비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감사에서도 또 이 문제가 불거졌고, 대학측은 박물관 존치 여부를 본격 검토했다. 

대학 측은 "울산박물관, 대곡박물관 등 박물관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울산대학교 박물관의 역할이 미미해졌다"며 "이런 문제가 외부 감사에서 지적됐고, 박물관 내부에서도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폐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문화계 인사들과 전공학도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향토사가는 "상대적을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했던 울산에서 20여년 이상 지역사 학술연구와 발굴작업을 동시에 수행할수 있는 기관이 사라진다는 데 대해 상실감이 크다"며 "박물관 존치 대안을 위한 방법을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울산대 역사문화학부를 졸업하고 박물관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공학도는 "지역 유일한 역사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며 "울산대 박물관은 울산박물관과는 다른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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