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객들 몰려들던 신진도…군역·한시엔 그 시절 풍경이
[서울=뉴시스]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발견된 수군 군적부 중 일부.(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6.4 [email protected]
중국의 능허대와 모습이 닮아 이름 붙여진 태안 신진도 수군진촌의 능허대 백운정. 예로부터 ‘능허추월(凌虛秋月)’이라 하여 안흥팔경(安興八景)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중국 사신들이 안흥 앞바다에 체류할 때 이곳을 소능허대(小凌虛臺)라고도 칭했으며 도처의 시객(詩客)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시를 짓던 곳이기도 했다. 한시에 묘사된 흥청거리는 풍경은 당시 풍광과 분위기에 취했던 이곳의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이곳은 거센 물살로 지나가는 배들의 무덤이 되기도 했던,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기도 했다. 태안 앞바다의 신진도와 마도, 관장목을 잇는 안흥량은 그래서 왜구의 침입을 막고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군의 역할이 중요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발견된 수군 군적부 중 일부.(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6.4 [email protected]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후기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를 지역 주민의 신고로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해당 고가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로 4장이 발견됐다.
군적부는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壯丁)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적 문서로 이번에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수군 군적부와 한시가 발견된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 모습.(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6.4 [email protected]
세부 내용을 보면 수군(水軍) 1명에 보인(保人) 1명으로 편성된 체제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하던 문서가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이 군적부의 용도는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미뤄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일반적인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어 모으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발견된 출토된 한시 중 일부.(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6.4 [email protected]
한편 군적부가 발견된 태안 신진도 고가의 상량문(上樑文)에는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는 점을 볼 때 건축연대가 1843년으로 판단된다.
이곳에서는 판독이 가능한 한시(漢詩) 3편도 함께 말려져 있는 형태로 발견됐다. 해당 한시에는 당시 이곳에서 술잔치가 벌어졌던 모습과 자연 풍광 등이 묘사돼있다.
[서울=뉴시스]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발견된 출토된 한시 중 일부.(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6.4 [email protected]
유물들은 오는 5일 오후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세미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출토된 군적부는 삼국시대 이후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안흥량 일대에 넓게 분포한 수군진 유적과 객관(客館·국외 사신을 영접하던 관청 건물) 유적의 연구와 복원 활용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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