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마존 품은 이커머스 4위 11번가 '컨벤션 효과' 노린다

등록 2021.08.26 15:01:3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직구 시장, 온라인쇼핑 거래액 2.6% 불과

11번가만 올 2분기 영업적자 140억 확대

월 4900원에 아마존 무료 배송은 '매력적'

아마존 보고 찾아온 고객 11번가로 유도

성공시 상장도 탄력…뚜껑 열어봐야 알아

[서울=뉴시스] 11번가 이상호 사장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1번가 이상호 사장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물류 투자와 빠른 국내 배송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에선 아마존(Amazon)을 승부수로 띄운 11번가 측 목표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직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 대비 2~3%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당장 뒤집기보단 아마존이라는 이름값으로 고객을 모아 실익을 노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6일 이커머스 업계에선 11번가가 오는 31일부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기 시작하기로 한 배경엔 2023년까지 추진하는 상장(IPO)을 염두에 둔 컨벤션 효과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컨벤션 효과는 통상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전당대회와 같은 이벤트 직후 정당이나 정치인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행사를 계기로 관심이 커지는 효과를 뜻할 때 쓰기도 한다.

11번가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에 성공하더라도 네이버쇼핑, 쿠팡,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거래액을 뒤집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0% 성장했다고 하지만 4조1094억원이다. 온라인 시장 거래액(161조1234억) 2.6%다. 11번가만 해도 지난해 연건 거래액이 10조원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직구를 통해 수요가 높은 품목은 건강기능식품과 소형 가전"이라며 "다른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어 아마존이 들어온다고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만으로 시장 관심은 분명히 가져오게 됐다. SK텔레콤 자료를 보면 11번가 영업적자는 지난해 4분기 14억원, 올해 1분기 40억원, 2분기 140억원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 3강 구도가 굳혀지면서 이대로 가다간 상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아마존 품은 이커머스 4위 11번가 '컨벤션 효과' 노린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다소 공격적 표현이지만 11번가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며 "시장은 커가는데 거래액 성장률은 하회해 왔다. 직구를 빌어 트래픽(유입량)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마지막으로 해 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강력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전날인 25일 회사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우주패스 미니(월 최소 4900원)를 구독하면 아마존에서 접할 수 있는 수천만개 품목을 무료 배송 받을 수 있다. 적게는 8000원부터 많게는 3만원 이상까지 달하는 배송비가 일거에 사라졌다.

지금껏 미국 아마존을 통해 직접 국내 배송이 가능한 상품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배송대행지(배대지)를 통한 대행업체가 성행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 그간의 불편이 해소되는 셈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SKT 구독 서비스로 갈아타게 만드는 게 관건인데 국내 직배송이 가능한 상품이 얼마냐 많냐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수천만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면 시장에서 매력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1번가에서 쓸 수 있는 3000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지상파 OTT 웨이브(WAVVE)도 볼 수 있다. 가성비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SK텔레콤 신규 구독 브랜드 'T우주' 사업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재웅 구독마케팅 담당, 한명진 구독형상품 CO장, 유영상 MNO 사업대표, 이상호 11번가 대표, 예희강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그룹장. (사진=SK텔레콤 제공) 2021.08.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SK텔레콤 신규 구독 브랜드 'T우주' 사업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재웅 구독마케팅 담당, 한명진 구독형상품 CO장, 유영상 MNO 사업대표, 이상호 11번가 대표, 예희강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그룹장. (사진=SK텔레콤 제공) 2021.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수익성은 생각하지 않고 서비스에 뛰어든 느낌"이라며 "넷플릭스, 카카오 등과 같이 공격적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키운 후 이를 지렛대 삼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OTT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냐는 질문에 "오픈한 이후에 (운영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좀 더 논의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당장 도입하진 않아도 콘텐츠 서비스, 클라우드 등에서 협업 논의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복병은 신뢰도다. 해외 배송은 교환·환불 시비가 잦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마존 등 해외 쇼핌몰 5개사 상담 27.6%가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로 배송(25.5%)보다 많았다. 배송 가능한 상품 구색도 오는 31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11번가 측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성공에 절치부심하는 분위기다. 11번가 관계자는 "타사와 거래액으로 직접 부딪히진 않아도 우리는 아마존이라는 존재감을 얻게 됐다"라며 "지금은 첫 발인만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향후 회사 상장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맞지만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장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라이브 커머스 강화, 배송 경쟁력 강화 등 추진해갈 사업이 모두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