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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전·퇴학 4.7%뿐…"피해자와 실질적 분리 어렵다"

등록 2023.02.28 05:00:00수정 2023.02.28 0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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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난해 시·도 1학기 학폭위 결과 통계

소송 시 최종 판결까지 가해자와 학교 다녀야

정순신 자녀도 대법 판결까지 전학 처분 미뤄

"학교 안에 가해자 있다는 것만으로 공포·불안"

입법조사처 "피해학생 보호 위한 해결책 필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또 대통령실은 임명을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3.02.2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또 대통령실은 임명을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3.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로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전학 이상의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해 피해 학생과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17개 시·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심의한 9796건 중 가해자 4.7%만이 전학(4.5%)·퇴학처분(0.2%)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학·퇴학처분 비율은 2020년 8357건 중 8.6%, 2021년 1만5653건 중 6.7%에 그쳤으며,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전학·퇴학처분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폭위가 가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징계다. 이보다 약한 학급교체, 출석정지와 달리 공간적으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더 확실하게 분리해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처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학·퇴학처분 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전학·퇴학처분을 내려도 가해 학생이 법원에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학교가 전학·퇴학처분을 집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순신 변호사도 아들 정모씨도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으나, 곧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할 때까지 전학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끌고 간 바 있다.

전학·퇴학처분이 아닌 조치들도 '분리'의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는 학교장이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 안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마주치지 않게 분리하는 데 그칠 뿐이다. 학교장이나 교육청이 가해 학생을 외부 위탁교육에 맡길 수도 있지만, 가해 학생의 동의가 전제돼야 해 피해 학생과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인정돼도 가해 학생을 피해 학생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떼어놓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기간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은 보복에 대한 우려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같은 학교 안에 (가해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피해 학생에게는 공포고 불안"이라며 "가해 학생이 권력자의 자녀인 경우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더 위축되고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전학이 어렵다면 학급 교체라도 돼야 하는데 오히려 그 조치가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제도에서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마주치지 않게 책임감을 가지고 분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실질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덕난, 유지연 입법조사연구관은 지난 2021년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 및 정책 개선 과제'라는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강제전학에 불응해 해당 학교에 남아 법적 쟁송을 벌이는 경우에 피해 학생이 위험과 불안에 처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 학생 분리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와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등 다른 분리 조치를 의무적으로 함께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 학생에게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처분 시 보호자에 대해 이를 관리·지도할 책임을 부과하고, 미이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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