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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넘어 현대식 도시어촌으로 거듭나야

등록 2016.09.21 17:23:20수정 2016.12.28 17: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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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촌어항협회 류청로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어촌어항협회

한국어촌어항협회 류청로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어촌어항협회

【서울=뉴시스】

 조선 시대 경강(京江) 포구로부터 사대문 안으로 수산물을 공급했던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강변에 자리잡기 시작한 어시장들은 서울에 연안의 어촌문화를 전하는 거점이었다.

 구한말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으로 경강시장이 쇠퇴하면서 '경성수산'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역 앞에 세워진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이 지금의 노량진 수산시장의 전신이다.

 1971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노량진 수산시장은 하루 이용객만 3만명, 입점 점포 1200여개, 일매출 10억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내륙지 최대 규모의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1990년대 생선회를 먹는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횟감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높였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 등 유명 한류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면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에 포함되는 등 세계인의 관광명소로도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살아있는 생선을 바다에서 잡아 전국의 항구를 통해 대도시 시장으로 운송하고 도시 소비자가 바닷가에서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 어민과 상인들의 노력, 그리고 이곳을 찾는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오늘날 노량진 수산시장을 만든 밑거름이다.

 국내 유통 수산물의 절반 이상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거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구하지 못하는 수산물이 없으니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난 반세기 가까이 우리 식탁을 채우고 우리 건강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건립된 지 40년이 넘어서면서 시설 노후화로 안전사고의 위험과 비위생적 환경 및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아졌고, 이에 3년여의 시간과 2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3월 안전하고 깨끗한 현대식 시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민과 상인,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국민 명소, 노량진 수산시장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식 신축 건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수협과 일부 상인간의 갈등으로 현대식 신시장과 구시장 간의 상권이 분산되면서 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영업 환경에 다양한 이용자 편의시설까지 갖춘 새 시장이 예전의 노량진 수산시장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현대화 사업으로 지금과 같은 화려한 변신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의 헌신 덕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우리 국민에게 신선하고 저렴하게 양질의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밤낮을 잊은 채 험한 바다에서의 위험을 감내해 온 어민들의 힘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02년 전국의 어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비영리 협동조합단체인 수협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한 이유도 국민에게 신선하고 값싼 수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어민들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민, 상인, 소비자가 함께 일궈온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수산물을 애용하는 소비자, 어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어민, 그리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삶을 일궈가는 상인 모두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조속한 정상화로 노량진 수산시장이 서울 도심과 서민에게 바다의 향기와 어촌의 문화를 전하는 도시 어촌의 중심으로 그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한다.

 바야흐로 꽃게, 대하, 전어 등 수산물이 풍성한 가을이다. 올가을에는 어민과 상인이 하나 되어 더욱 활기찬 노량진 수산시장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어촌어항협회 류청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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