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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탄핵병기 문자폭탄, 한달만에 자충수

등록 2017.01.08 09:46:00수정 2017.01.08 10: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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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정기회) 국회 제14차 본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16.12.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정기회) 국회 제14차 본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1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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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국면서 유용했던 문자폭탄, 이번에는 민주당 계파갈등 촉발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당 싱크탱크가 '개헌저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논란으로 친문-비문 갈등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 폭탄' 문제로 한층 더 곤혹스런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에게 일종의 '무기'로 활용됐던 문자폭탄이 이 시점에선 자충수가 되는 형국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비문계 상대 문자폭탄, 당내 갈등 부추겨

 비문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개헌저지 보고서와 관련,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수뇌부인 친문계를 비난했다가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하루 만에 항의 문자메시지 3,000여통을 받고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보고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던 다른 비문계 의원들도 문자폭탄으로 몸살을 앓았다. 박용진 의원은 '당을 떠나라', '개헌을 주장할거면 입을 닫아라', '다음 총선에서 공천 못 받을 것' 등의 문자를 대량으로 받고 곤욕을 치렀다. 비문계 의원들에게 욕설의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이 후원 계좌에 입금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 비문 진영은 반발하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사태를 방관하면서 문자폭탄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게 비문 진영의 주장이다. 문 전 대표가 6일 "집권을 위해서도 국정운영 성공을 위해서도 우리가 하나의 팀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당내 경선 국면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비문 대선후보들이 경선과정에서 문 전 대표를 비난하면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번처럼 해당 후보들에게 비난문자를 대량 발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위축된 비문 후보들이 문 전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문 전 대표에 각을 세우며 극단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지속될 경우 2012년 대선후보경선 당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 속에 당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본선에서 패했던 문 전 대표가 설령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다시 한번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탄핵정국 등에선 민주당의 무기로 활용됐던 문자폭탄이 부메랑 될 줄이야"

 이처럼 당내 골칫거리로 떠올랐지만 사실 문자폭탄은 지난해 탄핵정국에선 은연중에 민주당의 무기로 활용됐었다.

 문자폭탄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당시 친문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탄핵 찬반 의원들의 명단을 SNS에 공개하면서 등장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SNS상에 의원 휴대전화번호까지 공개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항의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빗발쳤다.

 김무성 전 대표에게는 부재중 전화 수백건이 걸려왔고 문자메시지도 1,000건 이상 답지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른바 '카톡 감옥'에 불려가기도 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박근혜 탄핵하세요. 창피합니다'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의원들이 대화방에서 퇴장하면 계속 방에 초대해 다그치는 방식이었다.

 이같은 행태에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화혁명이 생각났다. 홍위병들을 앞세워서 대중 선동을 위한 그런 정치가 갑자기 떠올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문자폭탄은 탄핵정국 주도권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던 국민의당에도 투하됐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12월2일 탄핵안 표결' 방침에 반대하자 국민의당 중앙당과 각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당시 탄핵 표결 관련 협상 중이던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는 하루 만에 2만개의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했다.

 탄핵 표결 후 이어진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 과정에서도 문자폭탄은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 최순실 측근인사들과 청문회 진술을 사전모의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뒤 문자 폭탄 공세를 받고 간사직과 국조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같은 문자폭탄의 피해반경에서 벗어나있던 민주당은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민주당은 역대 최고치 수준에 해당하는 정당지지율 40%선을 넘나들며 타 정당을 압도해왔다.

 ◇비문진영 문자폭탄에 반발, 논란 확대될까

 이처럼 민주당은 그간 문자폭탄으로 인해 유무형의 이득을 봐왔지만 포문이 당 외부가 아닌 당내를 향하면서 이제는 폭탄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장 비문 진영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등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대선 때마다 화약고 역할을 했던 경선규칙 협상이 곧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문자폭탄 문제까지 중첩되면서 당내 분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촛불은 소통과 연대의 힘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자기가 지지하는 분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부에 있는 사람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촛불의 연대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연대정신이야말로 진보진영의 가치고 무기인데 이를 훼손한다면 향후 정권을 잡은들 아집과 불통 속에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친문계를 비난했다.

 한 비문 주자 측 관계자는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촛불 민심을 말할 자격이 없다. 박사모를 비판하면서 박사모를 닮으면 어떻게 하나"라며 "이같은 행태는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을 오히려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비문 주자 관계자는 "우리끼리 경쟁을 하고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전쟁이 되면 안 된다. 서로 음해하고 상처를 주면 안 된다"며 "내부에서의 불필요한 싸움으로 비치면 안 된다. 그런 것들은 결코 우리 진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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