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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예대상' 김종민 "예능계의 송해 될래요"

등록 2017.01.13 09: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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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가수 겸 방송인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하고 싶어요. 송해 선생님처럼요. 아직 예능에서는 송해 선생님 같은 분이 없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최고의 인생이 될 겁니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가수 겸 방송인 김종민(38)은 "꾸준히 일하고 싶다. 꾸준히 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열심히, 오래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한테 새로운 뭔가가 더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망가지겠다"고 덧붙였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김종민의 역할은 '보조'였다. 시즌1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웃기면, 김종민은 거들었다. 시즌2에서도 그의 역할은 다르지 않았다. 유해진·이수근·차태현 등이 앞장섰고, 그는 뒤에서 이들을 받쳐줬다. 시즌3에서도 주인공은 대부분 김준호이거나 데프콘이었다. 방송국 용어로 그는 '서브'(sub), 그러니까 주인공이 아니었다.

 대상은 항상 주인공들의 차지였다. 만년 대상 후보인 유재석·이경규·신동엽·강호동·김구라 등은 각 프로그램의 리더들이다. 지난해 MBC와 SBS는 연예대상을 각각 유재석과 신동엽에게 줬다. 그런데 KBS는, 가장 큰 상을 주연이 아닌 조연에게 줬다. 이 조연은 '정글'과도 같다는 예능 바닥에서 한 자리를 한결같이 10년을 지켰다. 시청자가 김종민의 대상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축하한 건 이 때문이다.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다. 김종민이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저보다 주변 분들이 더 좋아하세요. 가족과 지인들, 모두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뜻깊고, 더 감사해요."

김종민, 가수 겸 방송인

 김종민은 자신이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짠해서"라고 했다. "내 입장이 시청자의 입장과 비슷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 방송 인생의 굴곡은 '1박2일'에 다 있습니다. 방송이 잘 될 때도 있었고, 정말 안 될 때도 있었죠. 밑바닥이라고 느끼던 때도 있었어요. 다들 인생의 굴곡을 가지고 있잖아요. 제 모습에 각자의 인생을 대입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생기는 공백기 2년은 대부분 연예인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매주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예능계에서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방송인이 그 2년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김종민의 슬럼프도 공익요원 소집 해제 후 '1박2일'에 복귀했을 찾아왔다. 당시 방송을 보면 김종민이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군대 갔다 오더니 재미없어졌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정말 고민이 많던 시기였어요. 이 길이 맞나, 안 되는데 계속해야 하나, 생각했죠. 방황했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저는 이 길로 죽 갔고, 결국 상까지 받았어요. 이 상으로 그런 시기들을 보상받은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MBC에 '무한도전'이 있고 SBS에 '런닝맨'이 있다면, KBS에는 '1박2일'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출연 연예인과 스태프가 마치 가족과 같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신뢰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이들의 가장 큰 동력인 것처럼 보인다.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이유 또한 시즌이 세 번 바뀌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킨 것, 그 자리를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종민, 가수 겸 방송인

 그는 '1박2일'을 "집, 굉장히 큰 집"이라고 했다.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반면에 상처도 받았어요. 집에서 놀다가 조금 다쳤다고 해서 집에 안 돌아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1박2일'은 제 인생의 집입니다."

 KBS 연예대상에는 저주가 있다. 몇몇 방송인들이 KBS에서 대상을 받은 후 구설에 오르고, 각종 사건·사고로 몰락하다시피 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직후 많은 네티즌은 'KBS 대상의 저주'를 언급했다. 김종민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했다. "저주에 걸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겨낼 수 있어요."

 예능프로그램이 김종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제일 잘하는 것." "전 사실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걸 더 좋아해요. 하지만 더 잘하는 건 예능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병행해야죠."

 "대상 받았다고 해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더 생기지는 않아요.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다들 위치가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돼요. '잘한다'는 건 그런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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