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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유통 바꾸자]한 판에 혈세 3000원 투입해도 8990원…'임시방편 불과'

등록 2017.01.17 15: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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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미국에서 수입된 달걀이 도착한 14일 오전 인천 중구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미국산 달걀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출발해 국내로 들어온 미국산 달걀은 총 100t, 약 160만개이다. 2017.01.14.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미국산 '하얀 계란'이 우리나라에 상륙했지만 계란가격은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수입에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aT 카미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계란 1판(중품, 30개)은 9518원에 거래됐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고 1만100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 계란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지난 13일의 9491원보다 오른 가격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한판에 5557원에 거래되던 계란 한 판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대규모 닭 살처분 이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혈세를 투입해 관세와 항공비를 지원해가며 미국산 계란을 수입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은 상황이다.

 당초 업계는 미국산 계란 수입이 시작되면 계란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사재기'에 나섰던 업자들이 계란을 시중에 풀면서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입산 계란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다 수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입산 계란의 신선도와 품질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목동에 사는 30대 A씨는 "아직 마트에서 '하얀 계란'을 보지는 못했지만 가격이 8990원이라고 들었다"며 "세금을 들여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들었는데 그 정도 가격으로는 치솟은 국내 계란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21일부터 구매할 수 있는 '하얀 계란'은 아무런 마진 없이도 8990원에 판매된다. 계란 1 알에 300원 꼴이다. 미국 현지 원가(개당 110원)에 공항까지 가는 운송비(60원), 수입업체 부담 항공운송비(50% 지원시 76원), 국내 유통비(56원) 등이 합해졌다.

 정부지원금을 1알당 76원으로 계산하면 한 판당 세금이 2280원씩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항공운송비 지원액의 상한을 1t당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민간업체들이 여러 대행사를 통해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늘어 항공운송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 경우 수입계란 1개당 지원금은 최대 97.5원, 1판당 2925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

 한 판당 혈세 최대 3000원을 투입하는 '예산잔치'를 벌이고도 9000원짜리 계란을 사먹어야 하는 셈이다. 국내 계란 가격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거의 없다.

【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14일 오전 인천 중구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주기장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수입된 미국산 달걀이 창고로 운반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출발해 국내로 들어온 미국산 달걀은 총 100t, 약 150만 개이다. 2017.01.14.  taehoonlim@newsis.com

 양계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라리 한 판당 3000원씩을 국내 계란농가에 지원하면 소비자들이 6000원대에 계란을 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미국농가에 지원금을 퍼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국가들의 계란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데다 운송비용과 계란 보관비용 등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계란 수급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해외 계란가격은 미국 185원, 캐나다 217원, 호주 283원, 중국 122원, 일본 238원이다. 중국과 미국은 AI 발생국으로 이를 제외하면 미국산 계란의 가격이 가장 낮다.

 유통기한도 문제다. 계란의 경우 유통기한이 한 달로, 배송과 검역에 드는 기간을 생각하면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고,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결국 외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 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산란계와 산란종계를 수입하는 등 국내 생산기반을 하루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적정수준의 계란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계란유통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가격을 낮추고 농가는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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