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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블랙리스트' 수사 최종 타깃도 박 대통령 겨냥

등록 2017.01.17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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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 01. 17.  photo@newsis.com

특검 "김기춘·조윤선 이후 추가 소환자 없다"
 "박 대통령, 블랙리스트 개입 여부 확인할 예정"
 박 대통령, 수차례 문화계 정치적 편향 인식 드러내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최종 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17일 블랙리스트 수사를 위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한 특검팀은 "이 문제로 더 소환할 사람은 없다"며 "김 전 실장의 위에 있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황과 물증을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동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을 총괄, 기획한 인물로 지목되어 왔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고 교육문화수석실이 문체부로 전달한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이를 모두 총괄할 수 있는 인물은 김 전 비서실장뿐이라는 점에서였다.

 이 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이 명단으로 포함됐으며 이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빌미로 진보적 성향이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의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이 정권에서 아무리 권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최고 권력자인 박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이런 일을 벌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었다. 문화계 인사 1만명의 정보를 모은 뒤, 이들을 정부지원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실제 시행하는 일은 정권의 제2인자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수차례 '문화계 좌파'를 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진보적 성향의 예술가들에게 '알레르기' 증상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께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나 "(좌파)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니 그 방향을 바꾸라는 사실상의 지시였다.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춘추관에서 임기단축 등 진퇴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한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9.  amin2@newsis.com

 또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씨에게 축전을 보내는 일조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강씨는 이 소설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최근 이병기(70)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김 전 실장의 후임으로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문제의 블랙리스트가 한참 적용, 시행되고 있을 시기에 비서실장을 지낸 셈이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 관련 공직자를 엄벌하겠다"는 특검의 의지는 최고 권력이자 최초 지시자일 가능성이 높은 박 대통령을 향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고위 공무원들이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시행한 행위는 국민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를 시행한 공직자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의 개입을 증명할 정황과 물증을 잡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전 비서실장, 조 장관, 이 전 비서실장 등 전·현직 최측근이 입을 다물거나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특검은 이미 입수한 '김영한 비망록'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비서실장의 다양한 지시 사항이 자세히 적혀있어, 그 윗선의 지시까지 역추적이 가능할 수 있다.

 특검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개입 여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증언을 해줄 사람이 김 전 비서실장 등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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