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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과제 산적한데"…'최순실 그늘'에 이희범 위원장 '격정 토로'

등록 2017.01.17 15:30:51수정 2017.01.17 16: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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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최동준 기자 = 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메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기자회견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올림픽 소개를 하고 있다. 2016.08.05.  photocdj@newsis.com

【평창=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388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림픽을 둘러싸고 여전히 걷히지 않은 '최순실 그늘'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이희범(68) 조직위원장이 답답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한달 하고 1년이 남았다. 다음달에는 운영 전반을 점검하는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직위는 '최순실 사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평창올림픽까지 연루된 탓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동계올림픽 이권을 챙기기 위해 올림픽 전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최씨가 실제 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인 누슬리(Nussli)와 접촉해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수주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양호 전 평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것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낸데다 경기도 좋지 않아 조직위는 마케팅 활동에 큰 타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탓에 힘을 보태야 할 국민들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 위원장은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예산의 38%가 기업 부담금이다. 기업 후원금 목표액이 9400억원이다. 지난해 말까지 90%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여러 상황에 의해 약 300억원의 계약이 올해로 미뤄져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다"며 "89.5%인 8410여 억원만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직 주거래 은행이 정해지지 않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메인 스폰서인 비자(VISA) 카드 측에서도 난감한 입장을 전해온 상태다.

 이 위원장은 "제가 오기 한참 전부터 주거래 은행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었다. 이미 3년이 넘었고, 금액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됐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후원 금액이 줄어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카드가 주거래 은행을 지난해 10월 말까지 정리해달라고 했고, 금융권을 직접 만나며 지난해 10월까지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기다리다 결국 입찰 공고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음달 3일까지 입찰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산적한 난제는 많은데 온 관심이 '최순실 농단'에 쏠려있는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 투입된 13조원이 모두 비리의 온상이라고 하지만, 11조원은 인프라 예산이다. 인프라는 이미 오래 전 착공돼 최씨 일가의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며 "주요 계약은 모두 조달청을 통해 입찰한다. 지금까지 계약된 것 중에 비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부터 최씨 일가의 개입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된 것이 없다는 게 이 위원장의 얘기다. 그는 이날 역시 "우리 쪽에서 파악한 것은 시도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개입이 이뤄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나왔다. 취재 과정에서 확실히 개입된 것이 있으면 지적해 달라"며 "정부 계약이 그렇게 생각처럼 엉성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위원장의 사퇴 등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이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 어떻게 떠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정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너무 매도하지 말아 달라. 2003년, 2007년, 2011년 세 번이나 도전해 올림픽을 어렵게 유치했다. 의혹, 음모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 2020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을 한국과 비교하는 이 위원장의 말에서도 답답한 속내가 엿보였다.

 이 위원장은 "일본은 톱 스폰서가 1억3000만 달러를 냈다. 우리는 500억원을 지원했다. 일본은 스폰스 티어(Tier)2가 5000만 달러인 반면 우리는 150억씩이다"며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업의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한창 격정적으로 토로하던 이 위원장은 간담회 말미에 "하루에 10번씩 위원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함부로 그만둘 수 없고, 올림픽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 만큼 힘을 모아야한다"고 수 차례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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