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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앓으며 이어간 삶…'카프카 일기' 22년만에 완간

등록 2017.01.17 15: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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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카프카의 일기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도스토옙스키가 정신병자들을 너무 많이 등장시킨다고 하는 막스의 이의 제기. 완전히 틀린 말이다. 그들은 정신병자들이 아니다. 병명은 성격을 묘사하기 위한 수단, 더 정확히 말해 아주 은근하고 효과적인 수단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는 항상 단순하고 바보 같다고 험담만 하면 되는데, 만약 그가 도스토옙스키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 그는 확실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정도로 자극을 받는다. 이 점에서 그의 성격 묘사는 대략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 욕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친구들끼리 서로 너 바보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그 친구가 진짜 바보고 그 친구와 사귀어서 그들 자신의 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단순히 농담이 아니면, 아니 농담일 때조차도 거기에는 대부분 여러 가지 의도가 무한히 뒤섞여 있다. 이처럼 예를 들어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는 결코 바보가 아니라 거의 이반에 필적할 정도로 아주 영리한 사람이다. 물론 그는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좌우간 예를 들어 화자가 인정하는 사촌 혹은 조카, 그리고 아버지 카라마조프에 비해서 자신이 고상하다고 느끼는 대농장 소유주보다도 훨씬 더 영리하다." (pp.578~579)

 20세기의 대표적인 독일어권 산문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카프카의 일기'가 출간됐다. 솔출판사가 기획이후 22년만에 완간한 국내 첫 우리말 번역본이다.

 카프카는 유대인으로 당시 프라하의 사회적 정신적 상층 계급이었던 독일인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독일어 학교를 다닌 독일 문화 수용자였다. 종교적으로는 유대교나 기독교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나 일반적인 유대 풍습을 알고 있었다. 히브리어는 말년에 배웠으며, 체코어는 현지어로 조금 알았으나 어디까지나 카프카의 언어는 독일어였다.

 카프카의 생애 마지막 연인 밀레나는 1921년에 카프카로부터 일기를 넘겨받았다. 큰 노트로 열다섯 권 되는 분량이었다. 

 카프카는 1909년부터 일기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카프카의 일기'에서 날짜가 기재된 부분은 1910년치부터다. 일기장 제1권에는 1909~1910년의 일들이 적혀 있으나, 이때의 일기장은 문학 작업을 위한 연습 노트 성격이 강했다. 일기장 제2권의 1910년 12월 16일자부터는 "나는 일기 쓰기를 더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카프카의 일기'가 여전히 난해한 문장이 가득한 책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난치병을 앓는 포스트모더니즘 대문호의 정신적 고향으로 보일 수 있다. "내가 만족했을 만한 어떤 것도 쓸 수 없었고"라고 고백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을 추구한 작가가 결핵을 앓으며 이어간 삶에 대한 기술이자 글쓰기 연습의 기록이기도 하다.

 반면 '카프카 일기'는 일기 자체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극히 제한적이었다. 솔출판사는 "특히 카프카 일기가 완역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었다"며 "한국독문학계의 카프카 연구에서 카프카 일기는 편지와 더불어 자전적 자료로서 작품 분석의 부차적 도구로 취급되어 왔다"고 전했다.

  한국카프카학회는 "솔출판사와 함께 1990년대부터 카프카 역사 비평판의 완역을 추진해 왔다"며 "오랜 기다림 뒤에 번역 출간된 카프카 일기가 문학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이 보다 카프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도, 카프카의 생생한 기록으로서 글을 읽는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순희, 목승숙, 이유선, 장혜순 옮김, 944쪽,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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