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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따로 잘까?'…각방 예찬

등록 2017.01.18 1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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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각방 예찬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처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상처를 받았어요. 거부당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각방을 쓰기 시작하긴 했지만, 나는 그이의 불만스러운 얼굴을 덤으로 견뎌 내야 했죠." ( p.169)

 침대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애정 욕구와 기본적인 개인적 안락에 대한 열망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장소다. '혼자'와 '함께'가 투쟁하는 곳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우리, 따로 잘까?, 말까?'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하다.

 '각방예찬' 저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기때문"이라는 것. 그는 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해 온 '부부관계 전문가'다.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들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한 사회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사회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각방을 쓰는 부부들은 각방을 써도 부부간의 애정이 약해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도리어 각방을 쓰면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기꺼이 시간을 내어 주지 못하게 하던 짜증거리가 전부 제거되어 서로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생활이 다시 꽃피고, 이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감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각방 쓰기가 사랑을 감소시키지 않고 그 반대의 효과를 낸다고 전한다.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고민하는 150여 커플(부부)의 목소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각방쓰기'의 긍정과 부정, 갈등과 망설임등 거침없이 털어놓은 부부 침대 이야기다.

 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코골이. 많은 부부가 배우자를 다정다감하고 배려가 깊은 사람의 표본처럼 말하며 거의 완벽한 부부관계를 묘사했지만, 코 고는 소리가 별안간 정적을 뚫고 들려와 아름다운 밤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토로한다. 코골이 남편을 둔 두 부인의 말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가끔 맹수가 으르렁대는 것 같아요. 내 침대 속에 표범이 한 마리 있는 거죠."

  중세 이래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느냐 각방을 쓰느냐 사이에서 망설여 왔다. 가까이 있고자 하는 욕망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욕망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각방 쓰기는 노년기 부부들 사이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고,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뉴시스】각방 예찬

  반면  대부분 부부는 각방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부부 침대를 떠나는 것은 부부관계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부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자야 해', '서로 정말 사랑하면 함께 자야지!', '이제 더는 함께 자지 않으니 우리 부부관계는 죽어 버린 거야'라는 생각들에서 비롯된 죄책감 말이다. 또한 각방을 써 부부관계가 끝나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도 압도당한다.

"남편한테는 그게 일종의 터부 같은 거예요. 그건 '그 사람들 각방 쓴대'라는 끔찍한 이미지인 것이고, 주변 사람들도 확실히 거기에 일조하죠." (p.167)

"내가 사랑하는 남자하고 밤을 (또 삶을) 나눈 지가 거의 11년째예요. 그런데 이제는 함께 밤을 보내는 일이 견디기 힘들어요. 나는 잠이 아주 얕아서 남편이 깨어나는 순간 바로 그 소리를 들어요. 밤에 조용히 자기 위해서 둘이 함께 쓰는 이 침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질 뿐이에요. 함께 자야 한다는 이 신화는 어째서 이렇게 깨기 힘든 건가요?" (p 97)

 침대는 작지만 온 세상이다. 올해는 보일러 말고, '침대의 풍경'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 말은 약간 오버같지만,'한방쓰기 독재'가 견디기 힘들다면 참고하자.

 "한마디로, 각자 편하게 자게 된 이후로는 정말 살맛 나요! 불평하며 깨는 일도 더는 없고요. 저녁에 각자 자기 침대로 들어가기 전에 짤막한 애정 어린 휴식 시간도 더더욱 즐기죠."(파니) "그런다고 해서 우리 사랑이 방해받는 일은 없어요. 오히려 자기 침대로 서로를 초대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카트린) "정말 좋죠! 둘 다 밤을 잘 보낼 수 있고, 저녁 또는 아침에 서로 연애하듯이 만날 때면 더 행복해요."( (p135) 이정은 옮김,행성:B잎새, 25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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