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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전후 낡은 체제 바꿀 시점…새로운 큰 게임 시작됐다"

등록 2017.01.19 12:01:12수정 2017.01.19 15: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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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AP/뉴시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정면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면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연설 중인 시 주석. 2017.01.18

【다보스=AP/뉴시스】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정면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면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연설 중인 시 주석. 2017.01.1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 작은 산골도시인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TF, 다보스포럼)의 취지는 간명하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정·관계 및 재계, 금융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정과 연합, 사업, 무역(Friendships, alliances, business, trade)을 증진시키기 위한 지혜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이 당장 시급하게 답을 찾고 싶어하는 화두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체결된 낡고 오래된 질서와 협약을 다시 평가하려는 ‘새로운 큰 게임(The New Great Game)’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세계 각국이 전후 세계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기 시작하면서 피아의 구분조차 어려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전후 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게임이 올해 다보스포럼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가장 귀한 손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중국 국가 주석으로서는 처음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 주석은 포럼 개막일인 17일 기조연설을 했다. 시 주석의 기조연설 내용은 20세기 미국 대통령의 연설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 주석은 “글로벌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보호주의는 마치 캄캄한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밖에는 비바람이 칠 수 있지만 빛과 공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 연설의 함의는 아주 간명하다. 만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세상을 이끌어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 중국 영향력 급속 확대.

【다보스(스위스)=AP/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18일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진행중인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다보스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2017.01.18

【다보스(스위스)=AP/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18일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진행중인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다보스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2017.01.18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오랜 우방인 필리핀과 유럽과의 유대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으로 외교 중심축을 옮기겠다는 폭탄선언을 할 정도로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 중 베이징에서 수백 명의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중국으로 방향을 확 전환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미국에 굿바이를 고할 때다.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더 이상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이라고 하듯 중국은 올해 필리핀에 240억 달러(약 2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필리핀 최대 투자국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중국과 유럽간 경제 교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머카터중국연구소(Mercatu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와 로디움그룹(Rhodium Group)등 중국 전문 연구 전문기관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역대 최고치인 1900억 달러(약 223조8200억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무려 40%나 증가한 규모였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유럽연합(EU)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370억 달러(약 43조5860억원)로 전년에 비해 77% 늘었다. 이중 독일에 대한 투자가 31%로 가장 많은 몫을 차지했다. 유럽인들 역시 지난해 85억 달러(약 10조130억원)를 중국에 투자했다.

 ◇ "트럼프 정부, 중국과의 무역분쟁 원치 않아"

【다보스=AP/뉴시스】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중영합주의자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취임 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7.01.16

【다보스=AP/뉴시스】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중영합주의자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취임 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7.01.16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들은 거의 눈에 뛰지 않았다.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트럼프의 경제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가 참석했을 뿐이다. 스카라무치는 미국은 스스로 만든 전후 세계 질서를 답답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재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한 유럽 지원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스카라무치는 개막 전날 열린 다보스포럼 개별 세션에서 “트럼프 새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다.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협정에서도 더 균형 있는 합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중국 지도자를 존중한다. 우리는 중국과 경이로운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젠 그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와야 한다.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글로벌화로 가는 길은 미국의 노동자와 중산층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카라무치의 발언은 18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나선 윌버 로스 차기 트럼프 행정부 상무장관 지명자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인 로스 지명자는 “나는 자유무역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해외 교역상대국들이 쓰는 악의적인 무역관행이나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등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 '발등에 불'

【다보스=AP/뉴시스】스위스 경찰들이 17일부터 2주일 동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회의장을 순찰 돌고 있다. 이 연례 행사에는 다수의 국가 수반과 굴지의 기업가 및 학자들이 운집해 평소의 1만1000명 인구가 3만명까지 불어난다. 2017. 1. 15. 

【다보스=AP/뉴시스】스위스 경찰들이 17일부터 2주일 동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회의장을 순찰 돌고 있다. 이 연례 행사에는 다수의 국가 수반과 굴지의 기업가 및 학자들이 운집해 평소의 1만1000명 인구가 3만명까지 불어난다. 2017. 1. 15.

 전후 체제가 흔들리는 혼돈 속에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유럽이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보호막 아래 있었다. 미국은 NATO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막아 주었고, 상호 무역을 통해 20세기 서방의 번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전후 질서가 급격히 무너질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 각국이 크게 당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이 혼동과 공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NATO나 무역거래 협상을 다시 하자고 한다면 유럽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중국과의 좋은 거래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오랜 세월 동안 역사와 가치를 공유해 온 관계다. 쉽사리 허물어트리기 어려운 돈독함을 쌓아온 것이다. 세계 시장에 물건을 팔아 오늘날 경제 성장을 이룩한 중국 역시 판을 깨는 상황을 바라지 않고 있다.

 WSJ은 바야흐로 지구촌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큰 게임(The New Great Game)’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협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The Age of the Deal is upon us)”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5일 WSJ은 “트럼프가 이념을 뛰어넘는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postideological era)’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었다. 미국의 WSJ은 트럼프의 대선 이후 행보는 이데올로기로는 재단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를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postideological era)의 개막’이라고 명명했다. WSJ은 “만일 ‘트럼프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단순히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상대가 기업 경영자이든 중국이든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런 트럼프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는 트럼프 시대를 예측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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