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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美투자 로드맵 짜는 기업들…보호주의 전략적 대응

등록 2017.01.20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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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현대기아차 투자 확대…삼성·LG "가전공장 구축 검토"
GM·포드·도요타 등 기업들 줄줄이 '멕시코서 미국으로'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내가 미국으로 되찾아온 모든 일자리, 자동차 공장, 군수물자 구매 시 협상을 통해 깎은 엄청난 비용 등으로 인해 여러분은 '대박'(big stuff)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사흘 앞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신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오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향후 몇년간 미국 내 공장 일자릴 1000개를 창출 또는 유지하기 위해 10억달라(1억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 "5년간 3조6300억 투자하겠다"

 트럼프의 포문은 GM, 포드, 애플 등 자국 기업과 일본 토요타, BMW 등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트럼프의 '위협 발언'을 버티지 못하고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업계는 보호무역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트럼프의 통상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거나 투자확대에 나서는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난 5년간 투자한 21억달러(약 2조4600억원)보다 50%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자율주행 및 친환경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신기술에 31억달러 중 30~40%를 투자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생산시설 및 신차종 투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는 앨러배마주 공장에 소나타, 엘란트라 등을 연간 37만대 규모로 생산 중이며,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차 공장은 연간 36만대의 옵티마, 쏘렌토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완공했으며 올해 생산 능력을 30만대, 2018년 말까지 4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되는 80%의 물량은 미국, 중남미 등에 수출한다는 예정이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정부와 관계없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압박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삼성그룹이 사장 6명, 대표 부사장 1명이 승진하고 8명이 이동하는 내용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 삼성로고가 세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15.12.01. photothink@newsis.com

 현재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관세를 없앤 상태다. 이에 멕시코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 대부분은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가전업계 삼성·LG전자도 美 공장 건설 검토

 자동차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보호호멱은 가전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가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 세탁기에 덤핑 판정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이들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덤핑으로 팔리면서 월풀을 비롯한 미국 가전업체에 피해줬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중국산 삼성·LG 세탁기에 각각 부과한 반덤핑 관세는 각각 52.51%, 32.12%로 확정됐다.

 삼성과 LG전자는 이같은 공세에 대응, 미국에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책 및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미국에 생산기지 구축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여러 공장 후보지를 놓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게레타로 등에 있는 공장에서 TV와 세탁기, 냉장고를 생산해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미국 테네시주에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LG는 올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중국, 터키, 경남 창원 등 세계 곳곳에서 생활가전 공장을 가동 중인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주로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미국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삼성전자 등과 경쟁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3분기 미국 가전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월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미국 생산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다. 세탁기 반덤핑 문제로 한국이 13.5% 고율(관세)에 맞고,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갔는데 베트남도 그런 형태가 되면 우리가 어디로 가느냐. 중국으로 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거시적으로는 금리인상이나 환율 등락에 따른 부분은 제한적일 것 같다"라면서도 "자국보호무역 정책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 내에 공장이 없는 회사들에 대한 수입규제라든지 세금인상 등이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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