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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현장…'예비 빌리'들 반짝반짝

등록 2017.01.20 16: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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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얼굴에 사뭇 긴장한 기색이 감돌았다. 하지만 해외 협력 안무 니키 벨셔의 구령에 '예비 빌리들'은 이내 능숙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속 광부들의 시위와 빌리의 발레 교습소 장면을 오버랩하며 흘러나오는 명넘버 '솔리대러티'(Solidarity·연대)는 피아노 한 대만으로 연주됐을 뿐인데, '로켓맨' 엘턴 존의 곡이라는 걸 입증하듯 점점 드라마틱하게 고조됐다.

 빌리를 꿈꾸는 만 10세부터 만 13세까지 일곱 명의 어린이는 '솔리대러티'에 맞춰 스텝은 물론 수차례 능숙하게 턴까지 했다.

 뮤지컬에서 빌리가 와이어를 타고 날아오르는 장면이 떠올랐고, 영화 '빌리 엘리어트'(감독 스티븐 달드리·제작 워킹타이틀·2000)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인이 된 빌리가 공중으로 도약하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문득 펼쳐졌다.  

 20일 오후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진행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원작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에서 빌리의 동작을 보고 놀란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의 얼굴이 됐다.

 영국 라이선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7년 만에 돌아온다. 오는 12월부터 약 5개월간 뮤지컬 전용극장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0년 LG아트센터에서 비영어권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였을 당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라이선스 뮤지컬상을 포함해 3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가 이번에 새로 한국 프로덕션을 꾸렸는데 이미 '맘마미아!' '고스트' 등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뮤지컬의 국내 초연을 이끈만큼 앞선 프로덕션에 비해 탄탄한 제작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엘턴 존의 음악, 리 홀의 대본과 가사, 피터 달링의 안무, 스테판 달드리의 연출로 공연한 오리지널 런던 공연의 레플리카 버전이다. 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로 균일한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총 200명 중 예비 빌리 7명을 찾아냈다. 8개월 간 발레, 탭댄스 등 5개 클래스를 소화해온 이들은 누가 뽑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제11회 전국 무용 콩쿠르' 현대무용 창작 부문(초등) 최우수상을 받은 김현준(12), '2016 남양주시장기 태권체조' 1위에 오른 성지환(11), '2016 제20회 선화전국무용경연대회' 초등부 저학년 발레창작에서 은상을 받은 심현서(10), '2016 남아공 국제 콩루크'에서 은상을 받은 이승민(13)군 등이다.

  또 '2014 광주 하남 교육청 콩쿠르' 우수상을 받은 전민철(13), '2016 타임 탭댄스 유스 컴퍼니' 단원인 천우진(13), 영화 '더 워리어스 웨이'와 드라마 '더 킹 투 하츠'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은 테일러 에릭(10)군도 있다. 이 중 네명이 뽑힌다. 러닝타임 내내 퇴장이 거의 없는 역인만큼 감당하기 힘겨워 빌리들은 각자 1주일에 2~4회씩 나눠 출연한다. 빌리 친구로 넉살이 좋은 마이클 역은 예비 후보가 9명이다. 역시 이 중 네 명이 뽑힌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이날 빌리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레 바(Bar)를 잡았지만, 힘차게 여러 방향으로 다리를 높이 차는 '그랑 바트망'이 꽤나 안정됐다. 해외 협력 안무인 니키 벨셔가 "키 크게 키 크게"라고 외치자 바로 자세를 꼿꼿하게 세웠다. 배에 힘주고 발끝을 세우라는 주문에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금새 소화해낸다. "생각하는 것을 몸에 적용시키라"는 주문에는 끊임없이 눈알을 굴린다.  

 예비 마이클들은 극 중 캐릭터처럼 예비 빌리들보다 얼굴에 장난 끼가 더 많고 씩씩하다. 빌리와 호흡을 맞추는 '네 자신을 표현해 봐'(Expressisng Yourself)에서 더 강하게 빌리들을 밀어붙였다.

 예비 빌리든, 예비 마이클이든 탭댄스 장면에서는 활기찼다. 의욕이 앞서는 듯 리듬이 긴박해지자 또 다른 해외협력 안무 데이미언 잭슨은 "여러분 빨라졌어요"라고 했고, 어린이들은 다 같이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탭을 추는 내내 오디션이라는 걸 잊은 듯 눈이 반짝거렸다.

 빌리들은 "내 귓가에 음악이 들려오고 그 순간 느끼죠. 새들처럼 높이 날아오르는"('일렉트릭시티(Electricity)')이라고 목청을 길게 뽑아 노래했다. 

 예비 빌리와 마이클의 춤 실력은 발레와 탭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24K 뮤직'에 맞춰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스트리트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빌리들은 대체로 우아했고, 마이클들은 절도가 있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사진=신시컴퍼니)

 엘턴 존의 넘버가 귀에 감기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역시 보는 뮤지컬이었다. 발레, 탭을 오가는 화려한 춤사위가 눈을 현혹시켰다.  

 해외 협력 연출 사이먼 폴라드는 "춤과 노래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았다"며 "거기에 더해 애크러배틱 등 다른 재주를 지닌 친구를 찾았다. 지금 16명의 아이들이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최고 수준"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빌리 엘리어트'는 현재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호주, 일본, 네덜란드 그리고 한국에서 공식 프로덕션을 선보였다.

 폴라드 연출은 빌리의 자격으로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개성과 '반짝거림'이라고 했다. "춤 실력은 보통이더라도 각오와 '깡'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뽑았어요. 그들을 트레이닝할 때 오히려 굉장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잘 하는 친구더라도 반짝거림이 보이지 않으면 빌리가 될 수 없습니다."

 해외 협력안무 데이미언 잭슨은 "최대한, 때가 묻지 않은 날 것의 아이를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사진=신시컴퍼니)

【서울=뉴시스】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사진=신시컴퍼니)

 폴라드 연출은 이에 따라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미래가 밝은 이유"라며 "8개월 동안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예비 빌리와 마이클들에 대해서는 헌신적이고 열심히 하며 부지런하다고 평했다. 근데 너무 예의가 바르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웃었다. "빌리가 꼭 예의 바르게만 행동하지 않거든요. 연습을 할 때 '좀 못 되게 굴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도 항상 착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저희 과제 중에 하나는 이 친구들이 긴장을 풀고 크게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거예요. 하하."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빌리 엘리어트'는 굉장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인데 영국의 워킹타이틀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드는 신시컴퍼니에서 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발레도 못하고 탭댄스도 못 추던 친구들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고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계의 주요 흐름인 스타 캐스팅을 내세우지 않는 박 예술감독은 "뮤지컬계가 어렵지만 완성도로 승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대중스타보다 전문배우들로 캐스팅하는 것이 경영 철학인데 '빌리 엘리어트'가 미래의 스타를 키우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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