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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불꽃처럼 부활한 영웅들…김지영 작가

등록 2017.01.20 16:45:12수정 2017.01.20 1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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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teve Jobs_72.7x60.6cm_oil on canvas_2016

【서울=뉴시스】Steve Jobs_72.7x60.6cm_oil on canvas_2016

【서울=뉴시스】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붉은 기운, 리듬감 있는 구성과 강렬한 보색 대비, 차가움 속에 묻어나는 정열. 이 파격적인 색감과 함께 세계적인 대가들이 부활했다.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 미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헨드릭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들의 드라마틱한 인생 단면, 불태웠던 예술혼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만 같다.

 마음의 온도를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지영(34)의 작업이다. 생전에 영화, 음악, 문학 등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세계적인 대가들의 내면세계를 그린다. 사실적인 인물묘사 보다는 색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영웅들을 떠올렸다. 그는 “스티브 잡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그의 내면과 고착화된 관념 사이에는 분명히 간극이 존재할 것”이라며 “그들이 남긴 궁극적인 메시지를 되새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인물의 정체성과 그가 살았던 시대, 그를 바라봤던 동시대의 시각에 자신의 심리를 더한다. 흘러내리는 듯한 불규칙한 곡선과 면은, 부분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도의 등고선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다는 인물의 정신세계를 우선시하고, 한 때의 유행이 아닌 영원히 이들의 정신을 회상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역동적인 곡선을 사용했습니다. 또 수차례 덧칠하면서 발현된 색감을 통해 인물 내면의 다양한 면면을 표현하고자 했고요.”

 인물의 인생을 구구절절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다. 개별 색 자체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주변 색이나 색상의 면적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결합과 어울림이 핵심이다.

【서울=뉴시스】Jimi Hendrix_116.8x91cm_oil on canvas_2016

【서울=뉴시스】Jimi Hendrix_116.8x91cm_oil on canvas_2016

 과감하고 강렬함의 발상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그는 중학생 때 마주했던 잊지못할 경험에 대해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했습니다. 당시엔 꿈인지 환상인지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암사 체험이었어요. 그 때 봤던 강렬한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색감은 그 때 봤던 색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후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됐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영향을 주었단다.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는이러한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때 본 이미지를 쫓게 됐다.

 구체적인 묘사가 아닌, 단순화된 형태와 색으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함축적이고 감각적으로 인물과 사물, 현상을 표현하는 데 주목하게 된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지영 작가

【서울=뉴시스】김지영 작가

 그는 “전체적으로 한눈에 인식될 있도록, 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출하고자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영웅을 그리는 것에 더해 가공의 인물에도 관심을 갖고 작업해볼 계획이 있다”며 “저 스스로에 대한 탐구도 함께 하면서 색채 공부에 집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 인간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김지영 작가의 작품은 때론 차갑고 냉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우리 속에 열정, 누구에게나 있는 그 뜨거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작가 김지영 =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과 졸업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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