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00만 방한객 달성, 'K-ETA'부터 개선해야
전자여행허가(K-ETA)에 대한 여행업계의 원성이 높다. 정부가 올해 방한객 2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K-ETA가 여전히 방한여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ETA는 비자 면제 대상 외국인들이 입국 전 인터넷으로 사전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K-ETA 허가가 국내 입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항 도착 후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입국심사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입국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정부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부 국가에 K-ETA를 면제했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제외됐다. 불법체류 비율이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때문에 태국인이 K-ETA를 신청한 후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태국의 인플루언서이자 유명 젤리기업 대표 와라폰 피야탄솜신이 약혼자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가 입국을 거절당해 하루 동안 구금된 후 추방돼 태국에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을 지금까지 4번이나 방문했고, 왕복항공권은 몰론 호텔예약까지 했음에도 입국을 거절당했다는 다른 여행자의 글도 10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당했다거나 입국심사 과정에서 기분이 상하는 질문을 받았다는 글들이 현지에서 퍼져나가며 지난해 말에는 태국에서 한국여행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까지 여전하다.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입국을 거부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 태국인들은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1~3월 한국을 방문한 태국인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56.8%(추정치)에 불과하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방한객이 대부분 코로나19 이전의 수치를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심각하게 낮다.
태국은 K-팝과 K-드라마를 사랑하는 인구가 유독 높은 나라다. 지난해 한국과 2023∼2024년을 '한·태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국심사 과정에서 불쾌한 일을 겪은 사례 등이 현지에서 퍼져나가며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전체 태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와 연결하다보면 방한관광은 물론 한국에 대한 인식, K-팝, K-드라마 등 K-컬처에 대한 인식까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치밀하고, 섬세하고, 유연한 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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