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어나는 정신질환 소년범…'교화' 방점 찍으려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애들을 보낼 곳이 없어요. 기관이 만원이라 7호 처분을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한 가정법원 판사가 한탄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범 교화 시설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계를 마주한 모습이다.
돌아보면 통계는 오래전부터 대책을 주문하고 있었다. '정신질환 소년범'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소년원생 10명 중 2~3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보도(2022년), 의료시설은 고작 한 곳이라는 기사(2016년)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최근 들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품행장애, 기분장애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들이 더 늘었다고 체감한다. 서울가정법원 6개 소년부 소속 판사들이 최근 7호 처분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전해진다.
금고 이하에 해당하는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보호처분 사유가 인정되면 1~10호 처분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7호 처분은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들에게 치료를 목적으로 내려지는 처분에 속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7호 처분은 병원·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에 따라 의료재활소년원에 위탁하는 조치다. 처벌보다는 '교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소년법 취지를 따르는 처분인 셈이다.
하지만 현행 치료위탁제도의 현실은 암담한 수준에 있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특히 7호 처분에 따라 소년범들을 관리해야 할 집행기관 부족 문제는 오래 지적돼 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 10개 소년원 중 7호 처분 집행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여전히 대전소년원 소속 의료 보호시설이 유일하다. 대전소년원의 경우 의료재활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위탁소년 분류심사를 비롯한 비행예방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7호 처분을 받더라도 전문적인 의료치료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떠안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없으니 몇 달 동안은 사람을 더 받을 수 없다"는 시설 측 이야기를 들은 판사들이 2호(수강명령)·5호(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 처분으로 우회로를 찾는 지경이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법원에서는 수년 전 법무부가 밝힌 의료 전담 소년원 신축 방안이 '추진하겠다'는 구호만 남았다고 씁쓸한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가정법원이 대전소년원을 찾아 진행한 간담회는 현장이 겪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들도 함께한 이 자리에서 서울가정법원은 국립법무병원 같은 형태의, 법무부가 설립하고 복지부 등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설립의 필요성, 대전소년원 부속 의원을 확충 후 입원형 치료위탁 처분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안을 강조했다고 한다.
"저출산 시대에 소년범들도 결국 우리나라 허리가 되는 청년층이에요. 한 명 한 명 잘 가르쳐서 사회 구성원으로 이끄는 게 너무나 중요한 거죠."
인원 포화에 7호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는 가정법원 판사의 고민에 이제 관계 당국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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