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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관성·정확성만 강조한 ABS…공감대 형성 필요하다

등록 2024.05.03 08:00:00수정 2024.05.03 08: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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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야구 관련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 부정확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모아놓은 것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국내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볼 판정 논란 장면들이다.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잘못된 볼 판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잘못된 볼 판정으로 인해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심판과 구단, 팬 모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 횡으로 변화하는 슬라이더,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에 대해 인간의 눈으로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 통과 여부를 판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다. 시스템의 정교한 설정값은 일관성과 정확성, 공정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ABS를 비난하는 일이 늘고 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어제와 오늘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고, 구장마다 다르다"고 했고, 황재균(KT 위즈)은 포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진 공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된 판정을 믿지 않았다.

이들의 주장은 너무 당연해 보였다. 코너워크를 중시하는 류현진이 고개를 흔드는 것도 당연했고, 황재균은 치기도 어려운 공을 스트라이크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ABS에 대해 비난했다. 선수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올해 갑작스럽게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도 스프링캠프 때 와서 선수들에게 잠깐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KBO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사람의 눈보다 정확하고 일관된 판정을 하고 있다고 논박하며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일관성 없는 판정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반응이다. 선수들 역시 현재의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O 오석환 심판위원장 역시 ABS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느끼는 판정과 시스템의 결과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시범운영을 하지 않고, 바로 시즌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시범 운영을 해 시행착오를 겪고 개선점을 수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KBO는 구단과 의견을 조율하는데 그쳤다. 선수들은 ABS에 대한 정의만 들은 것이 전부였다. 야구는 자신들이 하는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었다.

특히 올해 시범경기부터 도입을 했지만 참고할만한 표본으로 쓰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날씨, 이물질 등 돌발 변수가 많은 외부 환경에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2군의 경우 3개 구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구장은 아직 ABS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1군과 2군을 오갈 경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KBO가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ABS는 공정성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제도다. KBO가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한 만큼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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