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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빅5 환자들 "증원 수 조정해야"
의료공백 책임엔 "의료계" 다수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의료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자 100명 중 97명은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대다수가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정원 숫자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시스는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가나다 순)에서 각각 20명씩 총 100명의 환자 및 보호자를 만나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했다. 조사 결과 대다수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향성에는 공감했다. 단 2000명 증원보다는 현 사태 해결을 위해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현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는 정부보다는 의사가 비교적 더 많았고, 전공의 처분에 대한 의견으로는 반대가 다수였다. ◆대다수가 증원 찬성…일부 "증원보다 교육 투자" 의견도 조사 결과 100명 중 대다수인 97명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2명이었고 1명은 '모르겠다'고 했다. 강원 태백에서 온 70대 환자는 "의사 선생님들이 하루에 근무하는 시간이 얼마냐. 환자들도 5~6개월은 진료 보려고 대기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면 의사도 좋고 환자들도 대기 안 하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70대 환자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적다고 하더라. 많지는 않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적지는 않아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 강원 원주에서 온 60대 보호자는 "서울에만 그렇지, 지역에 가면 병원에 환자가 텅텅 비어있다. 내가 보기엔 의사 수는 많은 것 같다. 며칠이면 예약 다 된다"며 "의사 배분을 잘못한 문제다. 오히려 의사 수가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온 30대 환자도 "기존에도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꼭 증원을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모든 의대생이 다 명의가 되는 것도 아닌데, 증원보다는 공부, 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2000명' 찬성도 62명…82명은 "숫자 조정하자" 응답자 중 62명은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에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서울에서 온 60대 환자는 "정원은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서 온 70대 환자는 "2000명 늘린다고 해서 바로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몇 년 걸리는 것 아니냐. 지방엔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지금 시점에 2000명 늘리는 건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반면 2000명 증원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34명이었다. 경기 안산에서 온 50대 환자는 "2000명 한 번에 늘리면 누가 다 가르치나. 교수도, 시설도, 환경도 받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2000명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은 16명에 그쳤고, 82명은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기 구리에서 온 50대 보호자도 "2000명이라는 숫자가 단순 계산인지 어떤 건지 우리는 정부가 발표하는 것 밖에는 모른다. 그러니 의료계와 조율이 되는 수준에서 해결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구에서 온 50대 보호자는 "타협을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의사들에게 굽실거리면서 합의를 봐주는 식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원칙을 갖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에 공감을 해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 답답하니 상황을 좀 낫게 해달라는 하소연, 절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 누구 잘못? 44명 "의사" vs 34명 "정부" 현재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중 누구의 책임이 더 크냐는 질문에는 44명이 의료계, 34명이 정부를 꼽았다. 정부와 의료계 똑같이 잘못했다는 응답은 8명,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의왕에서 온 60대 환자도 "결국은 돈 때문에 저러는 것 아니냐. 의사들은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데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떠났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60대 환자는 "의사들이면 우리나라 수재들인데,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정부가 하는 제안에도 응답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용인에서 온 60대 환자는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극단적으로 타협 없이 2000명 늘려야 한다고 시작을 하면서 이 문제를 크게 만들어놨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70대 보호자는 "처음부터 기반 시설을 다 준비해놓고, 의사들이 반대할 수 없게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 공백이 의사 이탈에 따라 발생했는데도 정부 잘못이라는 수치가 이 정도 나온 것은, 이 문제가 장기화되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 때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공의 처벌 68명 반대 "마음 같아선 처벌 받았으면…"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면제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68명이 동의했고 28명은 처벌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한 바 있다. 경북 안동에서 온 60대 보호자는 "처벌까지는 심한 것 같다. 돌아오면 의사로서 자리를 지켜주는 게 우리(환자) 입장에서는 좋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60대 환자는 "마음 같아서는 처벌 받았으면 좋겠지만, 면허정지를 하면 환자만 손해"라며 "당장 급하니까 처벌은 면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서울 60대 환자는 "전공의들이 자기 부모 아프면 이렇게 하겠나. 목숨을 다루는 의술 갖고 힘으로 달려들면 안 된다"며 "완화는 하더라도 처벌은 해야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온 50대 환자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번에 또 봐주면 '쟤네는 힘 있는 단체라서 또 봐주는구나' 생각할 것"이라며 "원칙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9일) 브리핑을 열고 자율적으로 의대 증원분의 최대 절반까지 줄여서 뽑도록 허용해달라는 국립대 6곳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의문 작성에 참여한 6개 대학뿐 아니라 모집인원 조정을 희망하는 다른 대학들의 축소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축소 범위는 증원분의 최대 50%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50명을 배정 받은 A대학이 원한다면 내년에 25명만 선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50명을 모두 뽑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여전히 싸늘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전의교협이나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처음부터 의대 2000명 증원 자체가 실제 계측돼 나온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다"면서 "의대 정원이 처음부터 근거를 기반으로 책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50% 줄이든 60%를 줄이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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