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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내란음모 사건' 인권침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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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2-12 19:33:12  |  수정 2016-12-28 1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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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우리는 문둥병 환자 같은 사람이에요."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조양원씨의 아내 엄경희씨는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내란음모범이 됐어요. 국정원 직원이 남편에 대한 집중적인 미행과 감시, 핸드폰 도청을 했고 집안 내부까지 카메라로 촬영했어요. 한 번은 앞집에서 몰래 사진을 찍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저를 감시하기 위해 집에 CCTV를 달아야 했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어떤 분들은 저희의 사진을 모 사이트에 올려 댓글에 '우리를 모두 죽여야 한다',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등이 달렸어요. 한 번은 재판장에서 나오는데 탈북자 단체들이 에워싸 때리면서 '죽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과거 사회가 문둥병 환자를 격리시킨 것처럼 지금은 우리가 문둥병 환자가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커피숍을 가도 옆에 남자가 있으면 국정원 직원이 사찰하는 것 같고, 집에 들어갈 때도 몇번을 둘러봐야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 "남편이 국정원 직원과 함께 북한에 간건데 밀입북했다고 하더라구요."

 구속자 김근래씨의 아내 한영씨는 "남편이 북쪽에 두 번 갔다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사업할 때 경제인 협력으로 갔다 왔고, 한 번은 역사 답사 그런 걸로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국정원 직원이 압수수색하면서 갔다 온 사진들을 쭈욱 늘어놨더라고요. 남편이 '그 사진엔 당신네 국정원 직원들도 있다. 사진에 있는 이 사람이 당신네 직원이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자기네 직원 나온 사진들은 빼놓고 가져가더라고요. 그런데 뉴스에 남편이 밀입북했다고 나왔어요"라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큰아이가 요즘에 그래요. 아빠가 죄가 없어도 그냥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물었더니 판사나 사회 지도층들이 다 생각이 바른 것 같진 않다고 답하더군요. 또 사람들은 아빠가 무죄로 나와도 들어간 것만 기억할 거 같다고도 얘기하더라구요. 할 수 있는 거 다해야지라고 말하면서도 자꾸 무력감이 들어요"라며 상심했다.

 #3. "부인과 결혼한 것도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민주노총 고양·파주 지부장 이영춘씨는 "'부인과 결혼한 것도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거 아니냐', '부인과 공부를 하는 것도 혁명을 위한 주체사상을 위한 게 아니었냐'는 등 인신공격이나 '이제희 위원장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 '네가 이제희보다 나이가 위인데 왜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냐. 쪽팔리지 않냐'는 등 자존심을 건드리려고 했어요. 또 사람들이 압수수색을 할 때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쓴 편지를 보고 '부부가 박근혜 정부가 어떻고 이명박 정부가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하냐. 이것은 무슨 혁명조직 관계이기에 할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계속 했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조사할 때도 저의 모든 전력을 인터넷에서 구했다고 하면서 그 내용들을 전부 'RO'와 연결 지어서 질문을 하기에 저는 묵비권을 행사를 했죠. 그러자 조사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더니 하는 말이 '내가 지금 열이 받아서 잠깐 쉬었다 해야겠으니 기다려라'라고 하고는 나갔어요. 그리고 다시 들어와서는 '내가 마음을 식히고 들어왔으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했다가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니 다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어요. 그 자체가 심리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라고 전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의혹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의 수사를 받았던 피의자와 가족들이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각종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다산인권센터, 유엔인권정책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인권단체 및 인권활동가들로 구성된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보고회 준비팀은 1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압수수색 과정의 인권침해 ▲조사과정의 인권침해 ▲가정·직장·생계 등 생활상의 변화와 트라우마 ▲사회적 배제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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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회 준비팀은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내란음모 사건' 가족 6명과 압수수색 당사자 11명, '5월 정세강연회' 참석자 6명 등 25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리가 공권력의 과잉 앞에서 맥없이 허물어지는 처참한 실상을 생생히 목격했다"고 밝혔다.

 준비팀은 보고서를 통해 "소위 내란음모 사건은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하루아침에 공안사범으로 낙인을 찍고 최소한의 반론도 듣기 전에 주홍글씨를 찍어 벼랑으로 내몰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건 초기부터 무리하게 짜 맞춰진 사건이었기 때문에 피의자들에 대한 기본권은 쉽게 무시됐다. 혐의가 구성되기 전부터 내사단계에서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이루어졌고, 압수수색 및 조사과정에서도 법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인격권 침해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가족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인도적 태도가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자백을 종용하며 생각과 사상을 조사했고, 광범위한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침해했다. 이는 피의자와 가족들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아 트라우마가 됐다"고 꼬집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상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이번 '내란음모 사건'의 피의자와 가족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세심한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 책임 있는 이들의 사과, 책임져야 할 이들에 대한 문책, 처벌 등이 이뤄지면 치료없이도 자연히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해 8월 28일부터 내란음모 등 혐의로 16명을 압수수색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을 구속했다. 5공화국 이후 30여년 만에 내란음모죄로 처벌된 사례로 기록됐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 이상호·김근래·홍순석·조양원·김홍렬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 한동근에게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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