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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재난 끝내자③]'요식행위'민방위훈련, 지자체-기업 '이젠 실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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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5-18 12:11:29  |  수정 2016-12-28 12: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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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강지혜 기자 나운채 김병우 인턴기자 =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자."

 최근 잇따른 재난·안전 사고로  대응방안과 대처행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가장 바람직한 재난관리는 사후 대응이나 복구보다 사전에 재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과 효율적인 준비다. 부득이 재난이 발생했다면 적절한 초기 대응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재난·안전 훈련은 1년에 6차례 실시된다. 전국민이 전쟁·지진 등에 대비해 참여하는 전국단위 훈련 3차례, 시·도·군이 주관해 지역 상황에 맞춰 실시되는 훈련 2차례, 기업 특성에 따라 진행되는 직장단위 훈련 1차례다.  

 ◇ '훈련도 실전처럼' 직장인도 예외없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A씨(28)는 지난 14일 오후 4시 사내 재난대피훈련을 받았다.

 이 훈련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매년 실시하는 훈련이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직원들에게 훈련 진행과 행동요령 등을 대피경로와 함께 명시한 이메일이 왔다.

 행동요령에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고 담당자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비상통로로 대피하라고 나와 있었다.

 당일 오후 4시. 사이렌이 울리며 "훈련 상황이니 지시에 따라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에 A씨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비상통로를 통해 1층으로 대피했다.

 각 부서에서는 1명씩 배치된 자위소방대원들이 소화기사용 시범교육도 받았다.

 A씨는 "이번 훈련이 실효성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었던 것 같다"며 "대부분의 훈련이 지시자의 말에 잘 따르라고 한다. 실제 상황에서도 지시자와 정부의 재난대책본부가 잘하면 재난 대응은 잘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터미널에서는 지난 8일 국토교통부 주관 하에 소방서, 시청, 구청 합동으로 안전교육훈련을 실시했다. 17일에는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건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훈련도 했다.

 직원들은 안전 교육을 통해 화재발생 초기 대처법, 대피요령, 위기상황에서 대응능력을 배양하고 소화기·소화전 이용, 심폐소생술 방법 등을 실습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매달 한 번 이상 훈련을 하고 있다"며 "소화전의 위치라든지 유심히 못 보고 지나친 부분을 확실히 인지하고, 초기대응능력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 내 안전관리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돼야

 여러 기업에서 재난대응훈련이나 안전교육이 주기적으로 실시되고는 있으나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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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내에서 대피훈련을 받은 회사원 B씨는 "주기적 훈련이 있으나 직원들은 시간을 뺏겨 귀찮아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을 위해선 직원들의 인식 전환과 적절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전교육이나 재난대응훈련을 회사 업무와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회사 업무의 일부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회사 안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적절한 보상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원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는 것은 안전 관리에 대한 보상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직원들도 안전 관리가 업무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업무보다는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안전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윤석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문화가 사람보다는 일 중심으로 가다가 보니까 안전사고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부분이 있다"며 "직원들 스스로도 업무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 민방위 훈련, 실효성 있으려면

 민방위훈련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이뤄지는 위기대응 훈련이다. 훈련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주행 중이던 차는 멈추고, 사람은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지정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민방위훈련 경계경보를 무시한 채 하던 일을 계속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훈련에 대한 홍보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 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민방위훈련은 국가 단위로 가끔 훈련이 진행된다. 현재 민방위훈련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며 "범위도 넓은데다 참석도 10만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제로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국민이 숙지할 수 있도록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막연히 어느 장소로 오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내 동네, 내 아파트에서 대피시설까지 한 번씩이라도 다녀보고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진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청 민방위 훈련총괄 관계자는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재난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국민들이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국민의식이 전환됐으면 좋겠다"며 "훈련은 국민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방위훈련과 별도로 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매년 1회 민방위에 소집돼 1~4년차 대원 4시간, 5년차 이상 대원 1시간 훈련을 받는다. 반면 여성·아동·노인 등은 민방위소집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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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은 민방위소집을 통해 재난 상황 발생시 대응법·행동요령·대피시설 위치 등을 숙지할 기회가 어느정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민방위소집 훈련이 실제 재난상황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방위소집은 체육관 등 실내에 수 백명씩 모아놓고 이론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다반사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정부는 373만명 규모의 민방위 훈련에 2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수치상 1인당 국비지원은 1000원이 안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은 민방위 훈련을 주관하는 소방방재청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렇다할 뚜렷한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민방위 기획과 관계자는 "한 곳에 수 백명을 몰아놓고 교육을 시행하면서 다 하라고 한다면 솔직히 나도 자신없다"며 "예산이 굉장히 야박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특성에 맞는 훈련 활성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나름대로 재난관리 조직 정비, 재난 및 안전관리 계획 수립, 매뉴얼의 작성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재난 발생시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지자체의 지리적·사회경제적 특성, 산업, 인프라 등을 감안해 재난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방·대비 마련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특히 실효성있는 훈련 뿐 아니라 지역의 시민단체·유관기관·전문가 등과 상시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예방활동이 중요하다.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는 "지자체의 주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해 피동적으로 재난관리 조직을 진단하고 신설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재난에 대해 지역 여건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등 재난안전의 확실한 업무 주체가 돼 실질적인 재난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방방재청 민방위과 훈련총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훈련을 하다보니 참여율도 낮고 실질적인 훈련이 안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로 민방위대장을 중심으로 아파트나 관리소, 상가, 번화가, 마을회관 등 작은 단위에서 화재대피훈련, 심폐소생술 등 실질적인 훈련을 하려고 한다"며 올해 10월 시범훈련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전국에 마을이 4000개가 넘고 담당공무원도 2명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훈련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국민이나 주민이 필요로 하는 훈련을 하고자 한다. 아파트 노화 등으로 인한 건물붕괴상황 훈련 등을 동사무소에 신청을 하면 강사나 장비 등을 지원하는 궁극적인 방향으로 실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odong85@newsis.com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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