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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데타 배후 지목된 철학자 귤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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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7-17 09:23:03  |  수정 2016-12-28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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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스버그=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에 대한 국가전복혐의 궐석재판이 6일(현지시간)부터 터키에서 시작됐다.사진은 펜실베이니아주 세일러스버그에 망명 중인 귤렌의 모습.  2016.01.07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번 군부 쿠데타 세력의 배후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이슬람학자 페툴라 귤렌(75)을 지목하면서, 미국 정부에 귤렌을 넘기라고 또다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귤렌은  "지난 50년간 수차례 군부 쿠데타를 겪어 온 사람으로서 이런 시도에 엮인다는 것은 매우 모욕적"이라고 주장하며 쿠데타 연루설을 부인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귤렌을 국가전복혐의로 기소해 궐석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페툴라 귤렌은 어떤 인물일까. 에르도안 대통령은 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그리고 심지어 군부 쿠데타 때에도 그 뒤에 귤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터키에서 귤렌의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귤렌은 지난 2008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최고 100대 지성’ 투표에서 놈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세계적 학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이슬람 사상가다. 수니파 내 하나피 학파를 따르며, 아나톨리아 수피교의 영향을 받았다.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까지  펜실베이니아주 세일러스버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터키 이슬람주의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귤렌은 봉사를 바탕으로 이슬람의 가치를 알리는 ‘히즈메트(Hizmet·봉사란 의미)’운동을 이끌고 있다. 150개가 넘는 수 백만명의 추종자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학교, 싱크탱크, 언론사 등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해오고 있다. 케냐부터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적의 추종자들은 수입의 5~20%를 히즈메트와 연계된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즈메트를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다시 정·관계와 기업·미디어 분야에 진출하며 광범위한 ‘귤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지난 2001년 에르도안이 정의개발당(AKP) 창당에 나섰을 때 적극 지지했으며,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에르도안의 ‘터키식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귤렌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의 사이는 에르도안이 AKP 당규까지 바꿔가며12년간 3번에 걸쳐 총리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대통령에 취임해 정치체제를 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려 하면서 완전히 틀어져 지금은 '정적' 관계가 됐다.

 귤렌은 지난  2014년 3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행정부의 작은 분파 하나가 나라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권력을 독점해 온 에르도안의 공식 퇴진을 외친 것이다. 

 귤렌의 이같은 요구에 에르도안은 귤렌과 가까운 경찰 간부 몇몇을 불법도청 협의로 체포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10여개 도시에서 언론인과 TV 프로듀서, 경찰 등 최소 24명을 체포하는 것으로 맞섰다. 당시에도 에르도안은 귤렌이 정부 전복을 꾀하는 음모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체포된 사람들에는 자만지(紙)의 에크렘 두만리 편집국장도 포함됐고, 두만리 국장이 이스탄불의 사무실에서 체포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이밖에 사마뇰류 TV의 히다예트 카라차 최고경영자(CEO)와 이 TV의 프로듀서 2명도 체포됐다.

 에르도안은 지난 2015년 11월 총선을 앞두고 반정부 성향의 언론사인 부균 TV, 카날투르크TV, 일간 부균 및 밀레트 등을 소유하고 있는 코자이펙 홀딩에 반정부 테러조직 후원 혐의를 뒤집어 씌워 아킨 이펙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통제에 들어갔다.총선에서 압승한 다음 날에는 귤렌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수십명을 체포했고, 올해 3월에는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온 자만 지에 경찰을 투입해 강제 점령하는 등 친 귤렌 세력 압박에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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