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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6 한국 사회' 판박이네…연극 '로베르토 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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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9-29 18:07:53  |  수정 2016-12-28 17: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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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로베르토 쥬코'(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로베르토 쥬코'에서 '헬조선'이 엿보인다. 프랑스 극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1948~1989)가 이탈리아의 실존 연쇄 살인마 로베르토 쥬코(1962~1988)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쥬코는 35년 전 자신의 부모를 비롯해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유럽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가까운 지인에게는 물론 마구잡이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 대한민국의 서린 기운 역시 만만치 않다.

 극 속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쥬코 외의 인물에도 폭력이 만연해있다는 점이다. 쥬코와 애증을 주고 받는 여자아이는 특히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 동생에 대한 삐뚤어진 애정으로 점철된 오빠에게 무차별적인 폭격을 당한다.  

 아버지의 폭력에 찌든 어머니와 그녀의 언니는 절대 구원자가 되지 못한다. 그들 역시 폭력의 관성에 익숙해져 있고, 자신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비난, 원망의 화살을 돌린다. '여혐'이 난무하는 2016 한국 사회의 판박이다.  

 '로베르토 쥬코' 속 남자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찌질하고 비겁한 '한남'(한국남자)이다. 여자아이의 오빠는 그녀를 사창가에 팔아넘기고, 돈을 손에 쥔 채 죄책감에 운다. 지지리도 못난 나르시시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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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로베르토 쥬코'(사진=국립극단)
 여자아이의 순결을 빼앗고, 아이를 죽이고, 아이처럼 엉엉 우는 쥬코 역시 그가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소심한 남자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휴식 15분 포함 러닝타임이 150분인데, 섬뜩한 현실감과 폭력에 대한 피로감으로 관람이 쉽지 않다. 그 정서가 바깥 세상으로 이어지니, 에너지가 탈진이 된다. '로베르토 쥬코'가 자극적인 사건을 단지 현상이 아닌, 그 내부를 탐색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와 스위스 연출가 로랑조 말라게라가 공동 연출을 맡았는데 작가이자 배우, 디자이너이기도 한 장의 무대 미장센이 이 같은 정서에 동화되는데 한몫한다.

 무대와 의상 디자인도 맡았다. 미니멀리즘 무대미학으로 유명하다. 감옥, 집, 쁘띠 시카고, 지하철, 경찰서, 기차역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소가 간단한 무대장치로 빠르게 전환된다. 일곱 개의 문이 박힌 부채꼴 무대만으로, 숨가쁜 장면 전환을 이뤄내는데 그 문들이 열린 뒤 닫히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단단히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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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로베르토 쥬코'(사진=국립극단)
 마지막 장면, 무대가 시뻘겋게 타오르고 모든 문이 떨어져 나간다. 그가운데 만연한 폭력의 흔적처럼, 무대 바닥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 재가 관객석까지 떨어진다.

 국립극단 시즌 단원들은 불처럼 열연한다. 특히 쥬코의 악과 아기 같은 본성을 오가는 백석광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인증사업으로 선정된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 작품이다. 10월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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