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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이종산·김하서, 젊은작가 젊은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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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6-18 15:05:54  |  수정 2016-12-28 00: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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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인 작가들의 소설이 잇따라 나왔다.

 스물네 살 동갑내기 하상훈, 이종산씨의 '아프리카의 뿔'과 '코끼리는 안녕'은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공동수상작이다.

 '아프리카의 뿔'은 원양어선 동일13호를 추격, 납치하면서 전개되는 소말리아 해병대의 해적 활동과 그 속에서 갈등하는 열여섯 소년의 이야기다. 제목은 에티오피아·소말리아 자부티가 자리잡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를 지칭한다. 이곳의 지형이 마치 코뿔소의 뿔처럼 인도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데서 유래했다.

 강대국의 지배 욕망 때문에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로 전락하거나 경제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다. 미국 군함이 인질들이 타고 있던 동일13호를 공격하고 나서 소말리아 해적의 소행으로 둔갑시키는, 작품의 절정 부분에서 이 점은 더욱 치밀하게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권희철씨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원양어선 납치라는 국제관계 속에 우리의 현실이 끼어들어가고 있음을 혹은 거기에서 우리의 어떤 현실이 은폐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또다른 관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평했다. 304쪽, 1만1000원, 문학동네

 '코끼리는 안녕'은 연애소설이다. 드라큘라와 미라가 등장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로맨스다. 주인공들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짐짓 딴청을 피우는 대사들로 인해, 그 진심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종산씨는 사건들의 큰 흐름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그 위에 펼쳐지는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이나 주위를 관찰하는 담담한 시선을 강조한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관계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코끼리 살해사건이 있다. 또 그 위에는 드라큘라와 미라의 연애와 마리와 민구의 연애, 다시 그 위에는 드라큘라와 마리의 이별이 있고, 또 그 위에는 믿기 어려운 진실과 현실로 여겨지는 거짓말에 대한 성찰들이 뿌려져 있다.

 게다가 드라큘라가 불사의 존재라는 점 때문에 그가 겪은 일제시대와 해방공간, 6·25 동란, 군부독재 등등에 대한 삽화들까지 등장한다. 슬픔과 우울, 고독과 유머, 분노와 무심이 한 데 버무려져 압축된 문장들에서는 분노와 절망, 희망이 무화된 이 시대 젊음의 무표정과 무덤덤함이 엿보인다. 178쪽, 1만원, 문학동네

 2010년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김하서(37)씨의 첫 장편소설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는 현실과 상상이라는 두 이질적인 대상을 교묘하게 뒤섞는다.

 소설 속 주인공 레몽뚜 장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현대판이다.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그 정체가 불분명하며 인간 내면에 잠들어 있는 욕망을 이뤄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주 사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예민한 만성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태수', 삼류 배우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홍마리', 한때 대박을 친 온라인 게임의 프로그래머였으나 새로운 게임 기획의 실패로 직장도 잃고 한순간에 급전직하한 '조'. 이들은 수수께끼 같은 정체불명의 인물인 레몽뚜 장을 만나게 되면서 삶이 뒤바뀐다.

 각자의 내면에 감춰뒀던 기괴하면서도 위험한, 하지만 강렬히 욕망하는 것들을 목도하는 한 인물들은 터무니없는 상황이 자신의 상상이며 그것이 곧 자신의 현실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설 속에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실제적 인물인 레몽뚜 장마저 누군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로 드러나는 것이다. 304쪽, 1만3000원, 자음과모음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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