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학교보다 학력 떨어진다" 혁신학교에 부정 인식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환경 어느 하나 바뀐 게 없는데 학교만 혁신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최근 경기 안양지역에서 혁신학교 지정 신청에 반대하며 같은 학부모, 지역주민들과 현수막 등 시위에 동참한 중학교 학부모 정모(49)씨의 말이다. 경기도 곳곳에서 신규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두고 반발이 일며 절차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처럼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넓게 퍼져 있어서다. 그 중 가장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인식은 학력저하 문제다. 지식 암기 및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과 토론·체험 중심의 교육을 하자는 혁신학교의 취지가 공부는 시키지 않고 다른 것만 한다는, 즉 ‘공부를 하지 않는 학교’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에 혁신학교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해도 성적을 배제할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이 2019년 혁신학교 10주년을 맞아 실시한 ‘교육가족 대상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학부모 41.1%는 ‘혁신학교에 다니면 기초학력 수준이 일반학교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답하며, ‘관계가 없다’(37%)는 응답보다 높게 조사됐다. 혁신학교에서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학생의 현재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움’(53.1%·복수응답)이 1위로 꼽혔으며, ‘혁신학교에서 일반학교 진학 시 적응이 어려운 점’(38.5%), ‘학생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점’(34.4%) 등도 순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도내 중·고교 학부모는 혁신학교보다 일반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는데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지난 2017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 비율은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3배에 가깝다"고 발표한 내용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학력저하 문제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혁신학교가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중심으로 우선 지정이 됐기 때문에 학력이 낮아 보이는 오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8년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학교 초등학교 6학년생은 국어·영어·수학 점수가 모두 일반 학교 학생보다 낮았으나 중·고등학교 등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도 한다. 또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새로운 학력관에 기반한 혁신학교 성과분석연구’(2017)처럼 혁신학교 중학생들이 일반 중학교 학생보다 학업자아개념, 내재적 학습동기 등 정의적 성취수준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료들은 서로 혁신학교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논리로만 활용될 뿐 어느 한쪽을 설득해내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혁신학교를 운영해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일어났는지 서로 각자의 주장만 있지 객관화된 수치는 없으니 올해 학교마다 혁신학교 지정을 두고 계속 갈등이 생긴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학력 저하 외에도 입시·사교육 등을 중시하는 지역 특성과 맞지 않아 집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도 있다. 이번 혁신학교에 대한 발발이 가장 심했던 안양 동안구 역시 평촌학군으로 입시 관심도가 높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성남지역에서 혁신학교 추진을 중단하라고 반발이 일었던 F중학교 역시 분당학군에 포함돼있다. 당시 학부모들은 ‘명품학군 파괴하는 혁신학교 물러가라’, ‘혈세낭비 혁신학교 분당교육 다 망친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며 혁신학교 추진 계획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입시 관계자는 "서울 강남처럼 교육열로 높은 집값이 형성된 명문학군 지역의 경우 혁신학교가 지정될 경우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2018년부터 몇 년 동안 혁신학교 지정과 관련해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해 이를 무산시킨 사례 등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것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공부를 잘하고, 대학을 잘 보낸다는 강남 등에서 혁신학교가 싫다고 난리가 난 것을 봤으니 (혁신학교를) 더욱 반대하지 않겠냐"며 "이제 학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학교가 하자는 것을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 각자 정보를 통해 판단하고 교육정책에 대해 선택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혁신학교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뿐만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학군이 망가진다’,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를 들며 학교에 현수막 게시를 넘어 근조화환까지 배달해 아이들을 보게 하는 행위가 교육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내 아이가 마루타냐’, ‘학부모 시체 밟고 (혁신학교) 진행하라’ 등의 자극적 표현이 담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소희 전교조 경지지부 정책실장은 "학력이 낮아진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 등으로 학부모들과 지역 커뮤니티 등의 조직적 움직임이 학교에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혁신학교가 집값과 관련돼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으며 이러한 억측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반대하는 과정에서 학교 앞에 붙은 문구들을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계속 접하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라 보는 교사들의 의견도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토론이 오가야 하는데 폭력적 방식으로 학교에서 계획을 접을 때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은 학교 불신, 교사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도 자신도 모르게 내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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