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콕 집어 '내 정책이 MB의 청계천보다 낫다'…오세훈 속내는? 조회수 0
분 야 사회 게시일자 2024/07/02 13:50:44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청계천 언급
"손목닥터·정원도시·건강도시 청계천만 못한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청계천보다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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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을 잇달아 언급하며 차별화를 시도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세훈표 대표 정책이 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지적에 돌연 '청계천'을 언급했다.

그는 "늘 제가 '당신의 청계천이 뭐냐'는 질문을 들을 때 그런 것을 떠올린다"며 "손목닥터9988을 100만명이 활용하시는데 정말 요즘에 화제다. 그런가 하면 정원도시, 건강도시 이런 거 하나하나가 청계천만 못한가 그런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청계천 복원을 하드웨어 혁신으로, 자신의 정책을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소프트웨어 혁신, 생활밀착형 소프트웨어 혁명 이런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며 "저는 일상생활의 변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조그맣고 소소해 보이는 변화가 청계천의 변화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서도 오 시장은 재차 청계천을 언급했다. '앞으로 더 나올 굵직한 정책들이 어떤 게 있느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청계천보다 더 중요하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이렇게 한 줄로 뽑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은 이 전 대통령이 앞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추진한 사업이다. 2년3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청계천은 47년 만인 2005년 복원됐다. 청계천은 개장 2년 만에 방문객 5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청계천 상인들 반대, 교통 체증 우려 등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적극적인 홍보와 이주 대책 마련 등으로 갈등을 완화했고 결국 복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나 역사문화학자, 환경론자, 도시개발 관련자, 언론 등의 반대를 원천 봉쇄하는 당위성을 확보한 것 역시 주효했다.

청계천 복원은 이 전 시장의 대표적인 정책 성공 사례가 됐고 이는 버스중앙차로 도입 정책과 함께 이 전 시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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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을 향해 '청계천 복원 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정책, 치열한 찬반 논쟁을 일으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이 전 시장이 서울시를 찾아와 직접 조언을 한 적도 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서울시장 시절 시의원들 협조를 얻어 청계천 복원 사업에 성공할 수 있어 결국 대통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는 오 시장도 있었다.

이 전 시장 오찬 자리를 만든 것은 최호정(현 서울시의회 의장) 당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최 원내대표는 이 전 시장의 최측근 실세이자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다.

최 의장은 민선 8기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돼 앞으로 2년 간 의사봉을 쥐게 됐다. 전임 김현기 의장이 의회 권한을 강조하며 오 시장과 각을 세웠던 반면, 최 의장은 협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표 정책에 한층 속력을 낼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처럼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오 시장이 이번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는 오 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이 전 시장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양자 구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했다.

반면 오 시장은 정치인 호감도에서는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에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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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정치 문화 역시 정치인들에게 정책 능력보다는 이념적 선명성을 요구하고 있어 이 전 시장이 떠오르던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중도 성향이 강한 오 시장이 정책 능력 만으로 주목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토양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 본인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신 그는 때를 기다리면서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며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서는 이제 흠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며 "결과적으로 파이터들이 서로의 존재 덕에 각광 받으며 정치를 하는 적대적 공생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참모들이나 주변에선 강성, 사이다 발언을 해야 한다고 누차 조언한다. 그래서 저도 흔들리지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며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북풍한설의 겨울을 버텨내고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얼음새꽃이 있다.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그래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얼음새꽃을 '따뜻한 위로'라고 했다"며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저는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을 다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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