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보여주기식'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참사 키워…"내실화 급선무" 조회수 15
분 야 사회 게시일자 2024/07/02 16:04:58

'화성 참사' 희생자 대부분 일용직 외국인
일용직 외국인에도 법 적용되지만 부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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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부실해 언제든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규정한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 받아야 하는 안전보건교육은 추가된다.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산안법은 교육 시간과 교육 주기, 방법 등을 명시할 뿐 구체적인 교육 내용은 사업주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교재나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는 등 안전교육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모국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없어 언어 장벽 문제도 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사업주들은 한국어가 어느 정도 소통이 되기 때문에 한국어로 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한국어로 하는 것과 전문 영역을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습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아리셀 화재 사고 유가족협의회가 지난달 30일 화성시청 분향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아리셀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유가족 2명은 "(회사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화재 사고 이후 분향소를 찾은 동료 아리셀 노동자들도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몰랐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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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숨진 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취업교육을 받았더라도 이번 참사는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 교육뿐 아니라 입국 시 이뤄지는 교육의 질도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안전교육 강사로 활동했다는 섹알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3일의 교육기간 중 첫째 날과 셋째 날은 건강검진 계좌를 만들거나 사업장으로 보내지는 등 다른 업무로 사실상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딱 하루 교육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마저도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많은 인원을 한 공간에서 교육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여주기식' 교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물로 끄기 힘든 금속 화재 관련 교육 자료나 외국어로 된 가이드라인도 좀처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외국인용 안전보건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홈페이지를 보면 외부 공개 자료 중에 리튬 배터리 화재 관련 외국어 번역 자료는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다만 공단은 홈페이지에 '물반응성 물질(금속류)의 취급 및 저장 안전수칙' 교육 자료를 공개하고 있었지만, 이 자료마저 고용허가제(E-9) 인력 송출국 16곳 언어 가운데 어떤 것으로도 번역돼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 만큼 사업장에 통역을 지원하는 등 안전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 변호사는 "안전교육을 위해 사업주가 직접 통역을 구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용부가 직접 안전교육을 모니터링하고 통역인을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교육을 받았다 안 받았다는 관점으로 사안을 단편적으로 볼 게 아니라, 일용직 '불법 파견'이 노동자들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면밀히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섹알마문 부위원장도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들이 분기마다 한 번씩 재교육을 받게 하거나, 입국 당시 교육의 기간을 늘리고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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