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스마트폰 사달라고 조르던 그시절…극장판 '다큐 황은정' 조회수 188
분 야 엔터 게시일자 2024/07/05 05:17:40

'다큐 황은정 : 스마트폰이 뭐길래' 개봉
2011년 부산 배경으로 한 페이크 다큐
노스페이스, 스마트폰 등 그 시절 추억 소환
영화 후반부, '너무 어른이 된' 엄마와의 관계 탐구
"황은정은 진짜 철이 없긴 하다"…배우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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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지윤 리포터 = 새빨간 노스페이스, 멍든 듯한 눈 화장, 셀카는 얼굴 절반을 가린 채 찰칵.

그 시절 교복을 입었던 사람들, 특히 여성이라면 영화 '황은정 다큐 : 스마트폰이 뭐길래' 속 주인공 황은정을 보면서 민망해 얼굴을 붉힐지도 모르겠다.

지금 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는 패션에, 말투, 그리고 행동까지. 황은정은 우리들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를 낱낱이 재현한 '아바타' 수준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릭터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신문물 스마트폰에 목을 맨다.

"나 스마트폰 사달라고!"

은정이 절친 수정의 스마트폰을 접한 순간부터 집에는 고성이 오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가격이 매우 비싸 부모님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물건'이라는 의미의 '등골 브레이커'를 절대 사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이에 은정은 본인을 촬영하던 피디에게 "저도 빨리 어른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어른은 백만 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과, 누군가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었던 중학교 삼학년 황은정이 부러워한 건 그런 것들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배경은 첫 스마트폰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2011년이다.

폴더폰을 사용하던 은정에게는 친구들의 스마트폰이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높은 화질의 카메라 앱로 사진을 찍거나 수없이 많은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은정은 엄마에게 스마트폰을 바꿔 달라며 “딸이 스마트폰 없어서 왕따당하면 엄마가 책임질 거야?"와 같은 비수를 꽂는다.

영화 초반부에는 양동생들과 디스코 팡팡을 타거나, 절친과 방 침대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을 보면서 밝게 웃던 모습은 그가 스마트폰을 접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매분 매초 그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껴 있었으니.

예상컨대 은정은 그 시절 격변하던 소비 트렌드에 도태되기 싫었을 것이다. 애정하던 핑크색 폴더폰을 피디에게 보여주며 ‘구리다’고 말하고, 기어이 길바닥에 몇 번이고 내던져 고장까지 내는 모습은 단순하게 철없다는 말 한마디로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한 집안이 아니고서야 처음으로 보급된 스마트폰을 쉽게 구매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은정의 애교 작전과 청소, 요리 등 발 벗고 나선 집안일 돕기에도 엄마는 냉랭하기만 하다.

돈이 없어 사줄 수 없다는 엄마에게 은정은 “돈이 그렇게 없는데 왜 애를 둘이나 낳았어?”라며 모진 말을 쏟아낸다. 이후 카메라는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간 은정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을 담는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은정이 하는 말에 상처를 입었던 엄마는 피디에게 웃으면서 "내 말 이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좋네"라고 말한다.

은정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동안 그는 심란했던 마음을 다잡는다. 멀쩡했던 휴대폰을 일부러 고장 내고, 해서는 안 될 말들을 뱉은 딸을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기로 한다.

그는 은정에게 주말에 함께 서면에 놀러 가자며 화해를 신청한다. 황은정은 그동안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던 번화가를 엄마와 단둘이 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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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이 친구들과 즐겨 먹는다던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엄마는 "친구들과 뭐 하고 놀아?"라고 묻는다. 은정의 입에서는 추억의 '노래방, 스티커 사진' 등과 같은 그 시절 놀거리가 언급된다.

식당을 나와 은정은 엄마와 노래방에 가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은정의 픽은 '이문세'다. 엄마는 기뻐하며 "너가 그 노래를 어떻게 아냐"고 묻고, 공통점을 발견한 그들은 드디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던 은정과 달리 엄마는 젊은 시절 한 없이 놀았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가 "노래방 좋아하는데 (너네 낳고) 잘 못 갔어"라고 말하자 은정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엄마도 어리고 젊었던 시절이 있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듯 영화의 후반부는 은정과 엄마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은정도 상처가 있다. 할머니에게 '(너 낳고 만족 못 해서) 아들을 또 낳은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전적이 있었기에 '돈도 없는데 왜 둘이나 낳았냐'는 말을 한 것이었다.

은정은 엄마가 그 말을 부정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곪아있던 상처를 꺼냈다.

엄마의 대답은 고스란히 방송 화면에 담겼다. 그는 피디에게 "한솔(은정의 남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은정이 낳고 너무 행복했어요. 너무 좋았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화의 엔딩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엄마가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은정은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건넨다. 그리고 깜짝 선물 받은 스마트폰에 뛸 듯이 기뻐하며 낮에 찍은 스티커 사진을 꺼내 붙인다.

스티커 사진은 오래록 앵글에 잡혔다. 두 사람에게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엄마는 생애 처음으로 찍어 본 스티커 사진을 딸 은정과 함께 했다. 은정은 아끼는 스마트폰 뒷면에 망설이지 않고 엄마와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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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막을 내리고 황은정 역을 연기한 김소정 배우에게 "극 중에서 스마트폰을 사달라며 어머니에게 모진 말을 많이 하던데 캐릭터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막상 연기하면 (그게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지만) 몰입이 잘 됐다. 그런데 그 전에 캐릭터 분석을 할 때는 이해가 진짜 안 됐다. 철이 없지만 너무 없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사내뷰공업의 오리지날 시리즈 '다큐 황은정'은 1996년생 '얼짱 지망생' 황은정의 중학교 시절을 그린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해당 시리즈를 영화화한 '다큐 황은정 : 스마트폰이 뭐길래'는 국내 최초 극장에서 상영된 유튜브 콘텐츠로 최근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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