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중·러 정상, SCO 카자흐 회의 참석…'反서방 결집' 추구 조회수 230
분 야 국제 게시일자 2024/07/05 00: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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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시각) 서방 동맹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해서 창설한 지역 안보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연례회의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함께 합류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 러시아, 그리고 구소련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지역 안보와 경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창설했다. 나중에는 인도, 파키스탄, 이란이 합류했다. 러시아의 서부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4일 SCO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옵서버국과 대화 파트너로는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가 지정돼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가 회원국들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하고 SCO가 다양한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센터를 구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SCO 회원국들이 분리주의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SCO 회원국들에게 "개입과 양극화의 현실적 도전"에 맞서 연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은 "냉전 사고의 실질적인 위협에 맞서 우리는 안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기가 바뀔 무렵 SCO가 설립됐지만 당시 냉전이 남긴 대립과 분열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며 "간섭과 분열의 현실적인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단결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외부 간섭에 저항하고 상호 지지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SCO 회의에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정상회담 주최자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외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크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참석했다.

반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SCO 정상회의를 건너뛰고 외무장관을 대신 파견했다. 인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3연임을 확정한 모디 총리는 지난 주 시작된 의회 회의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자를 5일 결선 투표에서 선출할 예정이어서 모하마드 모크베르 대통령직무대행이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모크베르는 이날 정상회의와 별도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푸틴에게 건넨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두 동맹국 사이의 "깊고 변할 수 없는" 관계는 선거와 상관없이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크베르는 러시아와 이란 간의 강력한 유대가 "세계의 권력 방정식"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SCO의 다른 초청국으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있다.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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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푸틴에게 이번 SCO정상회의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구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보여줄 또 다른 장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2022년 합병한 4개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면 적대행위가 끝날 수 있다는 성명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들은 푸틴의 이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평화 정착을 위한 SCO 회원국들의 제안에 감사를 표하고 러시아는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환영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떠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서방 모두가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시 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SCO를 "공정하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의 핵심 축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푸틴 대통령의 방중 이후 수개월 만에 열린 두 번째 회담으로서, 이는 서방의 제재 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지지와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최대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부각됐다. 러시아는 군사 장비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 중국을 첨단 기술 수입의 주요 공급원으로 의존해오고 있다.

SCO는 중국이 특히 중앙아시아와 남반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 주석은 지난주 국가 간 '소통의 다리'를 요청했고, 중국을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SCO정상회의 개최국인 카자흐스탄과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 이번 회의는 더 크고 강력한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은 이웃한 러시아 및 중국과 자주 교류하는 동시에 서방과의 연계도 추구한다.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SCO를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국제 조직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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