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베트남과 태국에서 강달러로 인한 통화 평가절하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포로 금 사재기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베트남·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금을 사기 위해 은행 앞에 긴 줄을 서는 구매자들의 풍경이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베트남과 태국은 중국과 인도보다는 덜 하지만 금 선호도가 높아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최대 금 구매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의 사재기 현상은 과거와 그 양상이 다르며, SCMP는 이를 두고 이들 지역에서 경제적·지정학적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SCMP가 전한 실제 베트남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6월 대중의 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금을 더 많이 팔기로 결정했고, 금 구매자들은 더욱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에 은행의 금 보유량은 빠르게 고갈돼 인당 구매량을 한냥(37.7그램)으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은행이 금 구매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수 주간 대기열이 이어졌고, 매일 몇 분 만에 일일 판매 예정량이 매진됐다.

베트남 금 거래 협회 부회장인 후인 쭝 칸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귀금속 컨퍼런스에서 “은행의 매도로 금값이 잠시 진정됐지만 구매자들이 여전히 저축 금리 급락, 부동산 시장 동결, 지속적인 통화 평가 절하를 우려해 금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금괴는 이제 베트남의 주요 투자 상품이 됐다”며 “사람들은 금괴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과거 한 달에 2톤의 금을 팔았던 상업은행은 일주일 만에 2톤을 판매한다”고 전했다.

태국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MTS골드그룹의 전무이사 누타퐁 히룬야시리는 같은 컨퍼런스에서 "태국인들이 금값이 오를 때 금을 사들이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통 이 가격이라면 사람들이 (금을) 팔아야 하는데 모두가 사고 있으며, 심지어 더 사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에서 외환·물가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SCMP는 "통화 가치 하락은 개인의 저축을 잠식하고 비용을 부풀려 큰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기업 컨설팅업체 에어가이드인터내셔널의 마이클 랭포드 전무이사 역시 “(지역 소비자들의) 금 사재기는 현지 통화 가치 하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환 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 통화인 동은 2022년 이후 미국 달러 대비 10%가 하락했고 그 추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5월 4.44%를 기록해 2023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바트화 역시 2022년 이후 미국 달러 대비 약 10% 하락했고, 5월 인플레이션은 1.54%로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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