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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이제는 생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간 정부가 발표한 청사진들을 참고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상해봤다. 앞으로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대부분 생산된다. 2024년 삼척화력발전소 준공을 끝으로 석탄발전소는 더 이상 지어지지 않고 남은 발전기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로 전환하거나 폐쇄된다. 원자력발전소는 2024년 26기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노후한 원전의 수명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는다. 도로에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더 많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완전 자율주행 인프라도 구현된다. 수소를 연료원으로 하는 열차와 선박, 비행기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은 화물차를 대신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진다. 분산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기(eVTOL)를 활용해 활주로 없이 도시에서 친환경 항공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심항공교통(UAM)도 등장한다. 또한 아진공 튜브 안을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캡슐 형태의 신개념 고속 열차인 '아음속 캡슐 열차'도 정부의 미래 구상 가운데 하나다. 아진공은 진공 상태의 가까운 기압을 뜻한다. 빌딩 외벽에는 태양광 패널이 부착되고 지열, 수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건물 내부의 경우 형광등이 사라지고 주변 환경에 따라 최적의 효율을 내는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된다. 이는 더 이상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아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우리나라의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담겨 있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은 30년을 내다보고 일관된 방향으로 힘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LEDS 제출 이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비롯한 강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탄소중립 이행 과제들을 단계적으로 수립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LEDS에서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부문별 전략을 제시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산업(37%)이다. 이외에 에너지 공급(36%), 수송(14%), 건물(7%), 농축수산(3.4%), 폐기물(2.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가장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LEDS를 보면 에너지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산업 부문에서 86%를 차지한다. 에너지 소비 연료에서 석유·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이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다. 석탄과 석회석, 납사를 가열하는 공정 과정에서 화학 반응으로 인해 온실가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업종들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성장을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또한 자동차, 조선, 건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가 큰 기초 산업이기도 하다. 즉, 해당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규제를 씌운다면 경제 성장 측면에서 우리에게 손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기존 공정 구조와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철강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유연탄(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과 협력해 해당 과제의 기초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5년 이후 실증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멘트 업종에서는 석회석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산재, 슬래그, 포졸란 등 혼합재 사용 비율을 높이거나, 완제품인 폐콘크리트 골재를 재활용해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CCUS는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육상 또는 해양지중시설에 저장하거나 화학 소재 등 다른 유용한 물질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다만 아직 기술 개발이 초기 수준이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부문 2050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미래 기술 상용화가 핵심 전략"이라며 "수소환원제철, CCUS, 저탄소 대체 연료 등 미래 기술이 실현 가능해지도록 정부와 기업이 모두 과감히 투자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탄소중립 전략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탄소중립은 용이한 목표는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의 추세를 유지해서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취지에서 정부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고 이미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여기에 탄소중립을 강제하면 기업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후퇴를 겪으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탄소중립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 교수는 "예를 들어 정유 산업이 2050년 탄소 제로를 목표로 가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이는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에도 영향을 주면서 경제 성장이 후퇴하고 고용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긴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보고 탄소중립을 추진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 기간이 짧다"며 "탄소중립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의무를 국민에게 정확히 밝히고 수용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재 기자 |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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