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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③녹취록 진실 공방에 이준석 '불신의 늪' 빠져

대선 경선버스를 출발시켜야 할 국민의힘이 '불신의 늪'에 빠졌다.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폭로와 난타전의 근원은 이준석 대표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유승민계'로 꼽히는 이 대표가 특정 후보를 밀어줄거라는 근원적 의심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 대표를 향한 의심이 짙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이 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이-윤(석열)' '이-원(희룡) 갈등으로 표출됐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일방 강행, 봉사활동 기획 등은 이 대표가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각본'을 짰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캠프의 이 대표에 대한 '의심'은 '확신'으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과연 경선 관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한 정점식 윤석열 캠프 공정과상식위원장의 발언이나 신지호 정무실장의 '이준석 탄핵' 발언이 이런 캠프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이-원 갈등'에서 정점을 찍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의 '저거 곧 정리된다' 발언을 폭로하면서 공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또다른 후보인 저한테도 윤 전 총장에 대해 불공정한 언행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면 지금 불공정 경선의 위험이 너무 심각하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했다.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의 발언을 공개하면서까지 마치 윤 전 총장의 '우군'으로 나선 모양새가 이례적으로 자신의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 대표의 공정성 시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대표에 대한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 김재원,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서병수 경준위'를 앞세워 경선의 공정성을 헤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준위가 최고위를 거치지 않고 월권을 행사한 것도 이 대표의 '뒷배'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언행은 공정성을 상당히 흔들고 있다. 정권교체 의지가 있는가 하는데 의구심이 생길 정도"라면서 "경준위도 너무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배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서 위원장을 두둔하자 "지금 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 잘못도 있는데 경고라니. 그러면 나도 똑같이 잘하라고 경고하겠다"고 했다.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가 서 위원장을 선거관리위원장에 임명할 수 있다는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1명 더 늘리면 이 대표가 주도권을 갖게 돼 서 위원장이 선관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의원들도 이 대표에 불신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한홍 의원은 18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분란의 원인은 당 대표와 경준위다. 특히 당 대표는 상식과 공정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원은 "신뢰가 무너졌다. 윤석열과 통화한 녹취록이 없다더니 (원 지사와 통화한) 녹음을 앱으로 풀어 녹취록까지 꺼냈지 않나. 당 대표가 거짓말까지 한다. 이제 무서워서 후보나 의원들이나 (이 대표에게) 전화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원로 정치인들도 이 대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혁신을 뒤로해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줬고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공정성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준석 본인의 정치적 커리어를 위해서도 내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빠질수 밖에 없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순순히 듣는 성격도 아니다"면서 "제1야당 대표의 과제는 승리 전략을 구사하는 건데 그런 것에는 큰 그림을 보이지 않고 사소한 문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서병수를 지금 선거위원장을 시키겠다고 하는 건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는 경준위원장 한 사람 말고 딴 사람을 시키는 게 상식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박미영 기자 | 정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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