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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격동의 유통가➄]벼랑 끝 면세점, 부활의 날갯짓

코로나19 팬더믹 직격탄을 맞은 면세 업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최근 국내에서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해외여행 심리가 회복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점점 증가하는 데 힘을 얻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5260억원으로 7월 1조3168억원보다 16.0% 증가했다. 이용객은 54만9683명으로 7월 45만8818명보다 19.8% 늘어났다. 2019년 24조8586억원에서 지난해 15조5052억원으로 매출액이 반 토막 났던 국내 면세 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한국공항공사가 진행하는 면세점 운영자 선정 입찰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일 김해공항 출국장 DF1 구역, 26일 김포공항 출국장 DF1 구역이 각각 주인을 찾는다. 국내 면세 업계 부활은 개별 기업들의 영업 확대는 물론 '면세 시장 세계 1위'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어 고무적이다. ◆면세점, 온라인 타고 코로나를 넘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이 생존 방법이 되면서 유통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면세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사활을 걸고 온라인 대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플랫폼 개편을 단행했다.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체험 요소 강화, 고객 편의성 향상 등이다. 고도화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대거 도입해 해외여행이 정상화할 때 고객에게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기반을 다졌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업계 최초로 '콘텐츠 커머스'로 전환했다. 콘텐츠 소비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MZ세대 특징을 반영해 스토리 텔링형 매거진 형태를 택했다. 출국 전 필요에 의해 방문하는 앱이 아닌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했다. 모바일 콘텐츠 전달력을 높일 수 있도록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라이브' 페이지를 새롭게 내놓았다. LDF 쇼호스트가 실시간 면세품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화장품, 유아 상품 등 다양한 면세 상품을 VOD 형태로 소개한다.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선글라스 가상 피팅'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스트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한 뒤 가상으로 선글라스를 써볼 수 있다. 현재 300여 상품을 AR로 체험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이를 더 많은 카테고리 상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뷰티 브랜드 '설화수'와는 VR(가상현실)을 활용해 '플래그십 스토어 가상 체험 공간'을 차렸다. 설화수 매장 내부 모습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고, 전시 상품을 클릭하면 상세 정보 확인과 구매가 모두 가능하다. 고도화한 상품 추천 서비스, 검색 기능 등도 눈에 띈다. 롯데면세점은 구매 상품, 평균 소비액, 선호 결제수단 등을 분석해 고객 개개인의 소비 패턴에 맞는 상품과 제휴 혜택 등을 추천하는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2019년 업계 최초 모바일 생방송 서비스 '신라TV'를 내놓은 업체답게 글로벌 명품 화장품 업체들,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라이브 방송을 강화하고 있다. 7월 '라프레리 뷰티 클래스'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고객들의 추가 진행 요청이 쇄도하고, 여러 뷰티 브랜드로부터 협업 요청이 이어졌다. 9월 '구찌 뷰티' 라이브 방송 역시 성공을 거뒀다. 라이브 방송은 신라면세점 모바일 앱에서 접속 가능한 신라TV와 진행을 맡은 크리에이터 레이나의 유튜브 채널 '아임레이나' 등에서 송출됐다. 신라면세점은 재고 면세품 유통에서도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외부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자체 여행 중개 온라인 플랫폼 '신라트립'에서만 선보였던 재고 면세품을 8월부터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다. 9월에는 삼성물산 공식 패션몰 'SSF샵'을 통해서도 이를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품을 내수 판매를 'SI빌리지'에서 시작한 데 이어 '쓱닷컴'으로 판매처를 늘렸다. 올해 1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내수 판매 전용 몰 '쓱스페셜'을 열었다. '그립'에서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선글라스, 뷰티 디바이스, 어그 부츠 등을 판매했다. 특히 해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타오바오 글로벌'에 '신세계면세점 MD’s Pick' 기획관을 설치했다. '위챗' '틱톡'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동남아 최대 온라인 쇼핑 채널 '쇼피'(Shopee)를 통해 대만, 태국 등에 K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온라인 몰을 개선하고 있다. 상품명을 몰라도 이미지나 키워드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고, 고객 개인화 서비스 확대, 간편 결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고객이 더욱더 편리하게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콘텐츠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업계 최초로 온라인 몰에 뷰티·패션 전문관을 만들고, 매거진 '신디라이브러리'를 신설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4월에는 부티크 브랜드 매장 내 디스플레이를 모바일로 구현한 '셀렉티브 샵'을 오픈했다. 고객은 매장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MD가 선정한 베스트 아이템들을 미리 보고 구매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내수 통관 면세품 판매 전용 온라인 몰인 'H셀렉트'를 통해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오프 화이트' 등 국내외 90여 브랜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위드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작 전 오프라인 선점 국내 면세 업계는 인류가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를 기대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인 코로나19와의 공존,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맞춰 사업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선발 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후발 업체들은 국내 시장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1년 화두로 '글로벌'을 제시하고, 5년 이후를 겨냥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전개하고 있다. 올해 첫 행보로 일본 오사카 인근 간사이국제공항 출국장에 신규 매장을 추가했다. 2014년 6월 간사이공항과 면세점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본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여행 수요 회복에 대응해 면세점 신규 사업권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월 '로에베'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6월 '불가리' '보테가 베네타' '구찌' 매장을 오픈했다, 하반기에 '티파니' 매장을 열면 지난해 12월 먼저 오픈한 '토리버치' 매장까지 총 6개로 간사이공항 면세 사업자 중 가장 많은 부티크 매장을 보유하게 된다. 운영 기간은 2023년 9월까지다. 곧 정상 영업을 재개한다는 가정하에 사업 기간 전체 약 10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중국인 고객 의존도를 낮추는 '고객 다변화'는 물론 글로벌 면세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 팬더믹 상황을 지켜보며 한 차례 오픈을 미룬 다낭 시내점, 지난해 12월 새로 운영 계약을 체결한 하노이 시내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 기간이 시작한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호주 시드니 시내점 등의 정상 오픈도 예정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7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TDF는 영업 면적 9만500㎡ 규모 시내 면세점이다. 약 45개 카테고리, 500여 브랜드 상품을 취급한다. 양사는 앞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 자원 교류, 상품 공동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은 급성장하는 중국 면세 시장, 특히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중국 면세 굴기' 상징인 하이난 진출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면세 시장에 코로나19 상황과 사업성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11월 무역센터점을 열면서 면세 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난해 2월 동대문점, 9월 인천공항점(DF7 구역)을 잇달아 개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펼쳐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천공항점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을 유치해 MD 경쟁력이 급상승한 데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샤넬은 오픈일인 1일부터 3일까지 불과 사흘 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은 8월 명동 본점 8층에 '아트 스페이스'를 마련했다. 업계 최초 시도다. 2016년 쇼핑·문화·체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세상에 없던 면세점'이라는 콘셉트로 명동 본점을 오픈한 여세를 이어간다. 위드 코로나 시기 '관광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뜻도 담았다. 참여 작가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작가의 방'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 안에서 고객들은 미술관에 온 듯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설치 미술 작품 전시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명동점 오픈 당시 10층 미디어 파사드 존에 벨기에 출신 설치 미술가 카스텐 휠러의 대형 회전 그네 '미러 캐러셀'(Mirror Carousel)을 설치해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2020년부터 그의 작품 'Y'를 전시 중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은 "코로나19 팬더믹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한 번에 분출하는 '보복소비' 주 수혜자는 해외여행과 이에 수반하는 면세점 쇼핑이 될 것이다"며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면세 업계는 메타버스 등 디지털 체험 요소를 더욱더 강화해 소비자와 친숙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환 기자 | 김정현 기자 | 이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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