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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국산차? 옛말"…1억 육박해도 잘 팔려

"국산차는 싸고 수입차는 사치품이라는 인식도 옛날 이야기에요. 왠만한 수입차보다 비싼 8000만원대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날개돋친 듯 팔리는게 현실이죠." 국산 자동차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자동차의 울 상반기 승용차 평균 가격은 4400만원으로, 1년 반 전인 2019년(3774만원)에 비해 16.6%(625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레저차량(RV) 평균 가격도 3544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18.5%(656만원) 올랐다. 기아의 경우 레저차량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기아 레저차량 평균가격은 3891만원으로 2019년(3496만원)에 비해 395만원(11.3%) 상승했다. 승용차 평균가격은 3345만원으로, 2019년(3259만원)에 비해 2.6% 상승했다. 쌍용차 역시 대표 모델인 티볼리(R플러스) 가격을 70만원 올렸다. 현대차 가격이 기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네시스 G90의 가격은 7903만~1억3253만원으로 최고가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7월 출시된 제네시스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역시 판매가가 8281만원부터 시작하며, 솔라루프 등을 추가한 풀옵션 가격은 9651만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렌효과(veblen effect)가 자동차시장에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는 뚜렷한 명품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막히며 소비 수요가 명품과 고급차로 쏠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동차업계가 가격을 올려야 할 현실적 이유도 존재한다. 철광석 등 자동차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의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2019년 t당 85달러에서 올 상반기 158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알루미늄가격은 같은 기간 t당 1792달러에서 2096달러로, 구리 가격은 t당 6004달러에서 8504달러로, 플라스틱 가격은 t당 1069달러에서 1198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로 인한 판매량 감소 역시 완성차업계의 가격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전세계적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 소비자들의 명품소비 성향이 만나 차량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구매 대기 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것도 가격 인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렴한 차'로 인식됐던 국내 점유율 1위 현대차·기아가 '고급화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반자율주행 기능 등 자동차의 성능과 상품성이 좋아지며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 옥승욱 기자 |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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