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948년 출범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아 호랑이로 군림했으나, 세계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실제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본선 1승이 목표였고, 16강은 월드컵 우승만큼이나 어려운 목표였다. 세계에 한국 축구가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2 한일월드컵부터다. 당시 국내 지도자의 한계에 부딪혔던 한국 축구는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직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에 0-5 참패를 안긴 네덜란드 '명장' 거스 히딩크였다. 히딩크호가 본격적으로 출항을 알린 건 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2001년 열린 '프레월드컵' 성격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대회에서 한국은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비롯해 호주, 멕시코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쉽지 않은 대진이었지만, 한국은 3경기에서 2승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프랑스에 0-5 참패를 당해 '오대영'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멕시코(2-1 승), 호주(1-0 승)를 연파했다. 비록 골득실에 밀려 아쉽게 준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대~한민국!'…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한일월드컵은 역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공동 개최를 진행한 대회다. 또 21세기에 열린 첫 번째 월드컵이자 아시아에서 열린 첫 월드컵이기도 하다. 6월 한 달간 대한민국은 붉은색 물결로 완전히 뒤덮였다. 대회 전 홈그라운드 이점을 안고 최초의 16강 진출 정도를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거침없는 질주로 4강까지 올라갔다. 아시아 국가 사상 최고 성적으로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에 배정된 한국은 조추첨 결과 D조에서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묶였다. 세계적인 공격수 루이스 피구가 이끌던 포르투갈은 대회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강팀이었고, 폴란드와 미국도 16강 이상 전력으로 평가받는 등 쉽지 않은 조 편성이었다. 하지만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히딩크호는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0으로 이겼다. 황선홍의 선제골과 올해 6월 고인이 된 유상철의 추가골로 한국 축구 사상 월드컵 첫 승에 성공했다. 이어 미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16강 진출이 걸렸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2승1무를 기록, 조 1위로 사상 첫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의 질주는 계속됐다. 16강에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골든골로 2-1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고 8강으로 향했다. 또 8강에선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4강까지 진격했다. 승부차기 당시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과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리에 쐐기를 박은 홍명보의 미소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이후 4강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0-1로 아쉽게 지고, 3위 결정전에서 터키에 2-3으로 패해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2002년 여름 히딩크호가 쓴 드라마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중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송종국 등은 대회가 끝난 뒤 유럽 무대에 진출해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2006 독일월드컵…감격의 '원정 첫 승' 4년 전 성공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히딩크 성공 이후 외국인 사령탑은 잇따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네덜란드 출신인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로 2006년 독일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홈 이점을 안고 싸웠던 한일월드컵과 달리 독일월드컵은 다시 혹독한 외부 환경과 싸워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1승 제물로 여겼던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천수, 안정환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였다. 이어 우승후보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도 박지성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2로 져 1승1무1패를 기록,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란 쓴잔을 마셨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대회였지만 원정 월드컵 첫 승과 함께 한국 축구가 더는 세계 무대에서 약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대회이기도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외국인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한국 축구는 다시 국내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수장으로 낙점됐고, 원정 월드컵 승리를 넘어 마침내 16강 문턱을 넘어섰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8년 만에 다시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오른 것이다. 또 히딩크 이후 국내 감독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첫 경기 승리가 중요했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선제골과 박지성의 쐐기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4년 전 독일 대회에서 유럽의 벽에 막혀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 축구가 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유럽 팀을 이기고 징크스를 깬 경기였다. 위기는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끌던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그리스전 승리로 자신감에 차 있던 한국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1-4로 완패했다. 전반을 잘 싸우고도 추격골에 실패한 뒤 후반 막판 연속 실점으로 무너졌다.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을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화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16강 운명이 갈린 건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선제골로 내주며 끌려간 한국은 이정수의 동점골과 박주영의 추가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다시 동점골을 내줬지만,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면서 조 2위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몇 차례 아찔한 장면이 있었지만, 축구의 신은 한국의 손을 들어줬고,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이란 역사를 썼다. 그러나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잘 싸우고도 1-2로 져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홍명보호 '동메달 신화'…2012 런던올림픽 한국 축구사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도 빠질 수 없는 페이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한국 축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처음 8강에 오르며 토너먼트의 벽을 허물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조별리그 탈락한 한국은 2012년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새 역사를 창조했다. 현재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이끄는 홍 감독은 박주영,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김보경, 지동원, 남태희, 정성룡 등 이미 A대표로 뛰거나 이후 A대표로 성장한 '황금세대'를 이끌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토너먼트에서 개최국 영국을 이겼고, 숙적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박주영, 구자철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이후 64년 만에 나온 첫 메달이었다. 런던올림픽 성공 이후 한국 축구는 올림픽에서 항상 메달권을 목표로 했지만, 번번이 8강 벽에 가로막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와일드카드로 손흥민을 앞세워 8강에 올랐지만, 복병 온두라스에 0-1로 져 눈물을 흘렸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올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8강에서 멕시코에 3-6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영웅에서 역적으로'…2014 브라질월드컵의 실패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쓴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나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2002 한일월드컵 성공 이후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대회를 기억된다. 조추첨 결과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한 조에 속해 역대 월드컵 중 대진운이 가장 좋다는 평가 속에 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이근호가 상대 골키퍼의 실수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1 무승부에 그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확실한 '1승 제물'로 꼽혔던 알제리에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2-4 충격패를 당했다. 알제리전 충격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졌고, 결국 3차전도 0-1로 지면서 한국은 1무2패란 씁쓸한 성적표를 받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불과 2년 전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홍 감독은 선수 선발 등 비난 여론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트릭 논란'과 '카잔의 기적'…2018 러시아월드컵 울리 슈틸리케 체제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던 한국 축구는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신태용 감독을 선임하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8년 만에 16강 진출을 노렸다. 조편성은 죽음의 조에 가까웠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 북중미 강호 멕시코, 유럽예선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시키고 올라온 스웨덴과 한 조에 속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3전 전패를 걱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회 전부터 흘러나왔다. 예상대로 시작부터 좋지 못했다. 스웨덴을 상대로 장신 공격수 김신욱 카드를 내세웠지만, 좌우 날개로 나선 손흥민, 황희찬과의 호흡에서 전술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 전 '트릭'을 거듭 강조했던 신 감독의 작전은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고, 한국은 출발부터 여론의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도 한국은 졸전 끝에 1-2로 졌다. 특히 장현수 등 수비진에서의 실수가 반복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두 골을 먼저 내준 뒤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을 넣었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2패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설상가상 주장 기성용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손흥민이 대신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와 달리 수비적으로 상당히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독일을 다급하게 만든 뒤 김영권의 선제골과 손흥민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낚았다. 16강 경우의 수였던 독일전 2골 차 승리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멕시코가 스웨덴에 크게 지면서 독일전 승리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은 좌절됐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도전…2022 카타르월드컵 내년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한국은 10월 현재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라 이란에 이어 A조 2위에 랭크돼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다소 불안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종예선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12일 예정된 이란 원정 결과에 따라 향후 최종예선 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이기면 이란 원정 사상 첫 승리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지면, 월드컵 본선행에 첫 위기를 맞는다.

안경남 기자 | 김주희 기자 | 박지혁 기자 | 문성대 기자 | 김희준 기자

구독
기사제보

11/30 09시 기준

41,011,415

오늘 314,681

오늘(%) 82.9%

2차접종 79.9%

확진 447,230

위중증 661

사망 3,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