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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 초읽기

전기 생산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만 당분간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물가 상승 폭이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고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요금 제도는 기름값이 비싸지면 요금도 함께 오르는 '연료비 연동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권한이 정부에 있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이런 체계를 우려한다. 연료비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전사들이 짊어져야 할 비용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어렵다. ◆기후환경요금 재산정 부담스러운 정부·한전 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전기요금에는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 이행 비용, 배출권거래제도(ETS) 이행 비용, 정부의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으로 구성된 기후환경비용이 포함된다. 국민에게 탄소중립 이행에 쓰이는 비용을 매달 전기요금 명목으로 걷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한전은 올해 1월부터 적용할 기후환경요금 단가를 산정하면서 해당 비용이 2조74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RPS와 ETS 이행 비용은 지난해 연간 전망을, 석탄발전 감축 비용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에 시행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활용했다. 이에 따른 RPS와 ETS 비용의 요금 단가는 각각 ㎾h당 4.5원, 0.5원으로 집계됐다. 석탄발전 감축 비용은 ㎾h당 0.3원의 단가를 적용하게 된다. 이를 더하면 기후환경요금 단가는 ㎾h당 5.3원이 되며 이는 전체 전기요금의 약 5% 수준이다. 주택용 4인 가구의 월평균 사용량(350㎾h)을 기준으로 하면 매달 1850원의 요금이 환경비로 부과되는 셈이다. 내년부터 적용할 기후환경요금 단가는 새로 책정될 수도 있다. 한전은 조만간 내년 1분기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논의가 진행되는데 기후환경비용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따른 요금 조정 요인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후환경비용 변동분도 포함해 조정 필요성·수준 등을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아두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기후환경요금 단가는 2019년과 2020년 자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기후환경요금 단가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은 정부와 한전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발전사들의 탄소중립 이행에 들이는 돈이 요금에 반영되는 것인데 이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2021~2025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한전 발전자회사의 평균 석탄발전 이용률은 55.3%이다. 이는 지난해 재무관리계획에서 제출한 평균치와 비교해 14.7%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대부분 발전사들은 부채 증가 요인으로 'RPS 및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관련 의무 이행을 위한 투자 증가'를 꼽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내년 기후환경요금 단가 산정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를 매년 조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한전·발전사 재무 구조 부실…탄소중립 이행 어려워" 전문가들은 해당 비용들이 제대로 전기요금에 반영돼야 탄소중립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여유가 있어야 투자를 하는데 지금은 한전과 발전사들이 적자를 기록 중이니 탄소중립 이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2.5배가 올랐다"며 "이는 국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 결과로 우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가격이 폭등한 LNG는 천연가스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며 "한전에서 연료비 연동제에도 불구, 가격을 못올리면 적자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에너지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전기를 해외에서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좋은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력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는 대부분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사고 있지만 앞으로는 발전사로부터 직접 살 수 있는 양을 늘려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도매계약 단계를 자율화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물가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매계약의 경우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배전 사업자를 분할해서 알뜰폰 요금제처럼 소비자와 계약을 맺고, 최적의 조합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으로 가면서 전력시장이 굉장히 커져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시장 제도의 개선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기요금 결정 방식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올해 연료비가 많이 올랐지만 제대로 반영이 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불구, 정부의 개입으로 요금을 올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규제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 기관이 전기요금 조정 요인만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도 "전기요금 체계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규제 위원회를 만들어서 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재 기자 |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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