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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21일 대내외 비판 여론 속에서 출범 1주년을 보낸 가운데, 근거리에서 공수처의 첫 1년을 지켜 본 법조인들은 한 목소리로 공수처에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4일 뉴시스는 참고인 조사 등 다양한 경로로 공수처의 수사를 경험했던 법조인들, 또 외부에서 공수처에 자문을 전하는 법조계 관계자들, 그리고 공수처의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고발인 등 다양한 주체로부터 의견을 들어봤다. ◆ 공수처 수사 경험했던 법조인들…"열심은 있지만 능력 부족" 지난해 공수처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현직 부장검사는 "공수처 조사를 다녀온 뒤 공수처가 일을 잘 할 것 같냐는 주변의 질문을 받았다"며 "조사를 맡았던 검사는 의지도 있고 열정도 있어 초임검사 같은 풋풋함이 느껴졌지만 잘할 것 같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수처의 발전을 바라는 입장에서 수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지휘부에서 고민만 하고 판단을 하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적체될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 1~2건은 처리할줄 알았는데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차라리 사건을 불기소라도 하면 재정신청을 하든 할텐데 액션이 없어 답답하다"고 언했다. 또 공수처 피의자 측의 변호를 맡아 온 한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들도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이나 기본적인 자세는 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너무 정치적인 사건들을 입건하게 되면서 본인들의 진위가 퇴색될 여지를 스스로 제공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이어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수사의 노하우나 절차 준수 문제에 대한 경험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공수처는 1년 밖에 안 됐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게 다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하우가 있는 분을 영입하거나 외부 자문이라도 받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불거진 통신사찰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체계가 안 잡혀 있다보니 구성원 모두가 인권이나 개인정보에 대해 소홀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검사나 고위공직자로부터 사회 정의 훼손을 막아야한다는 1차적인 목적도 있지만 검찰보다 더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두번째 목적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본인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한 공수처를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준희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부장검사는 "공수처는 공익신고자가 제기하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공소장 유출 등 부수적인 사건만 보고 있다"며 "청와대 고위직, 정·재계 등 큰 권력에 대해 수사할 엄두도 못 내면 기존 검·경과 뭐가 다르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해 권력형 비리가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지휘부 등 일부 때문에 공수처가 없어지면 국가는 또 그만큼 퇴보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외부 자문을 통해 공수처 수사가 정당하고 정말 할 수 있는 사건을 1~3건만 선정해 모든 인력을 투입해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 공수처 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고발인·제보자…"결론 빨리 내야"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이자 참고인으로 공수처에 수차례 출석했던 조성은 올마이티미디어 대표(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는 "제가 제출해 준 자료들 외에 공수처가 강제수사를 통해 무엇을 더 확보했는지 의문"이라며 "엉망으로 수사할 거면 사건을 버리지 말고 차라리 손을 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진짜 손을 떼는 모양새인 것 같다. 지금까지 결론을 안 낸 거면 사실 수사를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대표는 "공수처 검사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도 봤고, 김진욱 처장도 '권력기관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텐데 감사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지난 1년간 조금씩 부족한 능력들과 조금씩 비겁했던 모습들이 모여 이 사달이 난 것 같다. 논란을 뚫고 나가려면 수사력을 키우고 어떤 사건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 대부분의 고발장을 작성했던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공수처가 너무 무력하니 저도 답답한 상황이다. 고발한 사건들이라도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데 뭐 하나 결론 낸 것이 없다"며 "고발인 입장에서는 이 상태로 시간만 끌기보다는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지금 공수처가 비판받는 것은 큰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과도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공수처에게 기회를 줘야 된다. 공수처는 촛불혁명을 통해 검찰 개혁의 중요 과제로서 설치한 기관인데 (폐지론 등을) 함부로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 공수처 외부 자문 해온 법조계 전문가들도 변화 촉구 공수처 수사심의위원회 소속으로 외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의 역량이나 중립성을 위해서라도 지휘부 스스로의 근본적인 탈바꿈 혹은 교체가 필요하다"며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들 중에서도 중립성 관련 비판을 받지 않은 분들이 꽤 있다. 최소한 처·차장 중 한명은 그런 분이 임명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기능을 강화하는 기구를 만들거나 특별감찰관 제도를 통해 수사가 될 만한 사건을 의뢰받기라도 해야 공수처 수사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처럼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도 수사를 안 하고 공수처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엄청나게 많은 사건이 은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96년부터 부패수사 전담기구로서 공수처 설치를 제안해 온 참여연대 역시 공수처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지난 20일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 토론회에서 공수처의 업무가 '권력형 범죄' 척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기별로 한 번씩 회의하는 자문위원회 형식이 아닌 공수처법에 운영 관련 통제기구를 마련하고 독립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오병두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은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그 원인이 '미니(mini) 공수처'에 있다고 분석했다.

고가혜 기자 | 김재환 기자 | 하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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